<<※ 편집자주 =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태동기였던 1979년에 '최초의 여성 외환딜러'로 출발한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이 33년간 외환시장에서 겪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초보자도, 베테랑도 자신 있게 속단할 수 없는 외환시장, 그만큼 도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매주 목요일 김상경의 외환이야기를 통해 외환딜러들의 삶과 알토란 같은 외환지식을 만나면서 '아는 사람만 알던' FX시장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주요 기본적 데이터 잘 분석하기

외환시장에서 트레이딩을 하려면 미국과 주요경제국의 주요데이터 리포트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학자들처럼 모든 데이터를 다 알 필요는 없지만, 딜러들은 환율에 영향을 주는 주요 경제데이터에 꼭 관심을 둬야 한다. 어떤 데이터가 외환시장에 움직이는지는 특별한 관심을 갖고 트레이딩에 임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데이터 리포트가 시장에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자.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는 소비자 물가지수나 실업률과 같은 경제리포트는 잘 파악하고 있지만 이러한 데이터들이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른다. 데이터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또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 알아보자.

좋은 음식점의 잘 정리된 세트메뉴처럼 뉴스와 경제리포트를 잘 정리하여 분석한 리포트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트레이딩을 시작하려면 점검해야할 요소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은 워낙 큰 그림의 시장이기 때문에 기본적 데이터만 잘 이해해도 절반의 성공이다. 자신이 거래하는 통화의 이자율 수준, 통화정책 방향,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데이터, 실업률, 정치적인 이슈, 지정학적인 리스크 등등..

인간이 미래의 일어날 사건을 정확히 예측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한 치 앞을 못 보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지만 딜러들은 어떤 형태로든 미래의 시장전개를 예측하면서 거래해야 한다. 자신이 즐겨하는 거래통화의 수요와 공급을 잘 예측할 수 있는 툴을 잘 이해한다면 어느 정도 가격예측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환시장 가격에 영향을 지대하게 미치고 있다는 주요데이터들 까지도 시장참여자들의 관심도가 바뀌어가면서 우리를 혼동시킨다.

예를 들면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외환시장의 관심은 미국의 통화량(M2) 발표에 모두 매달렸다. 택시운전수조차도 승객에게 미국 통화량 발표에 관심을 갖을 정도였다.

즉, 미국의 통화량이 증가하면 미국의 중앙은행인 FED가 통화량 축소를 위해 시장에 개입할 것이고, 이는 이자율의 상승을 초래할 하여 미달러화의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참여자들은 미국의 통화량 발표가 2주전의 숫자이고, 발표시점의 통화량과는 현 시점과는 이미 격차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통화량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졌다. 지금은 아무도 통화량의 데이터에 관심이 없다.

이처럼 환율에 지대한 영향력이 높았던 지표들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영향력을 상실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장은 다수 시장참여자의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다수 시장참여자가 해석하는 방향으로 시장은 움직인다.



▲통화정책

우리가 부동산을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을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 그리고 셋째도 위치라고 한다.

외환 트레이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도 첫째도 이자율, 둘째도 이자율, 또 셋째도 이자율이다. 따라서 즐겨 거래하는 통화의 통화정책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환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경제학자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즐겨 거래하는 통화의 이자율 수준과 통화정책 방향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즉, 해당통화의 이자율 변화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특정국가의 통화에 투자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사항 중에 하나가 해당통화의 이자율 수준이다. 예를 들면, 한 통화의 국채 수익률이 5%이고, 또 다른 통화의 국채 수익률이 2%라고 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많은 사람들은 높은 수익을 내는 통화에 투자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항상 이자율이 높은 통화는 강세로 가고, 이자율이 낮은 통화는 약세로 간다는 원칙은 항상 존재하지 않는다. 환율에 영항을 주는 요소는 이자율 수준 외에도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꼭 살펴보고 트레이드 하자.



▲거래통화의 이자율 전망

시장은 항상 현재 거래되는 통화의 이자율 수준보다 미래의 이자율 수준이 더 관심이 많다. 즉, 자신의 거래 통화의 이자율이 현재 수준보다 더 오를지 아니면 더 내릴지에 대한 관심사이다.

현재 거래 통화의 이자율이 낮더라 하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이 통화의 이자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통화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현재 높은 이자율의 통화라 할지라도 가까운 미래에 내려갈 것이 예측된다면 그 통화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이와 같이 시장은 현재보다는 미래의 예상치에 가격을 더 반영한다.







▲이자율 방향 예측

통화의 가치는 해당통화의 이자율 수준과 밀접한 관계라고 했다. 그러나 딜러들은 자신이 거래하는 통화의 이자율 수준보다는 거래하는 상대통화와의 이자율 차이에 대해 더 관심을 갖는다. 특히 두 나라 이자율의 사이클이 바뀔 시점이면 딜러들은 더욱더 관심을 갖게 된다.

예를 들면, 한동안 이자율이 낮게 움직이고 있는 통화가 더 이상 이자율의 하락이 없고 향후 올라갈 채비만을 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그 통화에 베팅할 것이다. 한동안 이자율을 낮게 유지하다보니 투자도 살아나고 소비도 늘어나서 계속 이자율을 낮게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면서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자율이 상승할 것이 예상된다면 그 통화에 베팅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이자율 하락을 예상하고 그 통화를 계속 매도하고 있던 투자자들까지도 매도를 줄이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시장 상황이 근접한 시점에는 매우 주의해야 한다.

시장은 명목이자율(채권 수익률)보다 실질이자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질이자율이란 명목이자율에서 인플레이션 수치를 뺀 것을 말한다. 만일 채권수익률이 연률 5.5%이고 2.5%의 인플레이션이라면 그 채권의 실질 수익률은 3%에 가깝다.

이머징 국가의 대부분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어서 비록 명목이자율이 20%를 보인다 해도 인플레이션율이 25%라 한다면 실질수익률은 5%가 되어 그 통화의 투자매력은 없다.

한 국가의 채권가격이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다면 글로벌투자자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명목금리가 높은 통화라 할지라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국가의 통화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충성을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이유가 꼭 이자율 높은 통화가 강세를 가지 않는 이유이다.

지난 10여 년간 일본의 이자율은 거의 0%에 가까우면서 디플레이션을 보였다. 명목이자율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지만 디플레이션에 직면하면서 실질이자율은 명목금리인 제로보다도 훨씬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이와 같이 낮은 이자율 수준이라 해도 일본엔화가 강세를 과거 10여년간 보인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자율 방향

따라서 현재 한 통화의 이자율 레벨이 어디에 있는가는 그리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통화의 이자율 방향이 앞으로 오르는 추세인가 아니면 내리는 추세인가를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해당 통화의 이자율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올라갈 것인지 아니면 얼마나 더 내려갈 것인지 그리고 타이밍은 언제인지 또 얼마나 빠르게 이자율 변동이 있을 것인지. 이렇게 투자자들은 끊임없이 이자율 방향에 대해 투기를 한다.

통화의 이자율 변경 타이밍은 통화가치를 결정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예상하며 글로벌 성장 둔화에 따른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유로화의 약세가 예상되는 이유도 이자율의 방향과 관계된다.

2007년 9월, 아래표에 의하면 대부분의 시장참여자가 Fed가 이자율을 25bp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Fed가 50bp를 전격적으로 인하하자, 시장은 극도로 불안한 상황을 보이며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급격히 떨어진 사례이다.









▲성장률 테마

경제성장 전망은 통화가치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테마이다. 경제성장 전망이 좋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전망이 좋지 않은 국가의 통화보다 강세를 보인다. 강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이자율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테마는 성장률 테마보다 통화가치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대체적으로 성장이 잘되고 있으면 인플레이션율도 높아져 통화가치에 플러스가 된다. 그러나 성장률은 낮은데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그 통화는 약세로 간다.



▲경상수지,무역수지,재정수지

미달러화는 재정적자, 무역적자 그리고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두 가지 모두 적자라면, 그 통화에는 아주 부정적인 영항을 끼친다.

게다가 낮고 느린 성장기에 위와 같은 적자가 모두 나타나면 그 통화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크다. 그러나 경제가 안정되거나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시기라면 그 통화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그래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역수지란 한 나라가 수입이 수출보다 많은가 혹은 적은가를 나타내준다. 무역적자를 나타내는 나라의 통화는 약세를 보인다.왜냐하면 외국물건을 사려면 그 나라 통화를 더 많이 내다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역흑자를 내는 국가의 통화는 강세를 보인다.

재정수지가 마이너스인 국가는 약세 통화의 위험이 있다.왜냐하면 그 나라 경제상태가 나빠지면 시장이 불안정을 가져 올 수 있는 있다. 최근의 그리스 사태를 보면 그리스의 재정수지가 그리스 GDP의 150%가 넘어서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성장지표

종합적인 경제 활동지표는 GDP 리포트이다. 경제가 확장적인가 아니면 축소적인가를 알려주고 얼마나 빠르게 전개되는지를 알려준다. 이는 이자율과 통화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데이터이다. 성장전망치는 경제의 종합적인 성적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벤치마크이다.



▲인플레이션 테마

인플레이션 리포트는 시장의 예상과 비슷하게 발표될 수도 있고, 예상치보다 훨씬 더 좋게 나올 수 있다. 만일 "a better than expected"라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발표되었다면 인플레이션율이 시장의 예상보다도 낮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a worse than expected"라고 발표가 나온다면 인플레이션율이 예상보다도 높거나 혹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는 의미를 말한다.

만일 리포트가 좋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사실상 기대치보다 좋지 않았거나 실망스러운 데이터가 나왔다면 실망매물이 쏟아지면서 시장은 거꾸로 간다. 만일 미국의 실업률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올라간 숫자를 발표하였다면 이 또한 시장에 실망매물이 쏟아질 것이다.

이와 같이 긍정적인 예상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미리 매입해 놓았는데 발표가 실망된 숫자로 나옴으로써 시장에 실망매물이 달러화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 반대로 좋지 않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좋게 나왔다면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소문에 사고, 사실에 판다."는 말은 시장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더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고 정작 그 소문이 확인되고 나면 더 이상의 호재는 작동하지 않고 가격 상승이 멈춘다는 의미이다. 시장은 정보 그 자체에 반응하기보다 기존의 시장 전망에서 벗어난 결과, 즉 새로운 뉴스에 더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다.

예를 들면, 미국의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낮출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미달러화가 하락하고 있었는데 막상 이자율 하락이 발표되고 나면 미달러화는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 그동안 이미 시장의 기대치가 반영됐으므로 확정치가 발표된 직후에는 더 이상의 불확실성이 없어졌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확정된 뉴스가 시장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인플레이션 수치는 이자율의 방향에 중요한 지표이며, 이는 통화가치를 정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노동시장 테마

고용이 늘어나는 국가는 경제가 좋아지는 청신호이므로 통화가 강세로 간다. 그러나 실업이 증가하는 국가는 경제가 나빠지는 적신호이므로 이자율 인하가 예상되면서 통화는 약세로 간다.

외환시장에서 아주 중요한 지표는 노동시장에 대한 리포트이다. 고용지표는 중기적이나 장기적으로 그 나라 경제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임금이 지불되면서 소비로 이어지고 이는 곧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반대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정체되거나 줄어든다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이 떨어진다.

노동시장이 좋은 그림을 보여주는 나라의 통화는 강세로 간다. 이는 미래에 성장을 이끌어줄 원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강한 성장과 임금의 인상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되고 또 그나라 통화의 이자율이 상승이 예상되며 그 통화는 강세로 간다. 반대로, 노동시장의 약세는 그 나라 통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소비,기업의 지출

개인의 소비는 그나라 경제활동에 65%~70%를 차지할 정도로 한나라의 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개인의 소비성향이 향후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앞으로 소비가 더 늘어날 것인지, 아니면 더 줄어들 것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개인소비 외에도 기업지출도 종합적으로 경제활동에 중요하다. 기업은 자본지출을 통해 경제활동에 직접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공장을 건설한다거나, 사무실에 기계를 들어놓는다거나 하는 투자들이 간접적으로 그 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한다. 기업이 직원채용을 통하여 개인의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견인해 준다.



▲제조를 통한 수출테마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에게는 제조와 수출부문이 너무나 중요하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제조활동이 전체 경제활동의 약 10~15% 정도만을 차지하지만, 일본과 유로존의 제조활동은 전체 경제활동의 30%~40%나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산업생산 숫자는 달러화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일본의 산업생산 데이터는 엔화에 큰 영향을 준다.

외환시장에서는 구조적인 지표가 중요하다. 이는 중장기 딜러들에게 가장 중요한 리포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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