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희진 기자 =서울채권시장 참가자들은 13일 1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동결 결정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을 통해 통화당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를 감지했다. 금통위가 통화신용정책 결정문을 통해 경기위축을 크게 우려하는 등 비둘기파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금통위가 향후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채권금리가커브 플래트닝으로 회귀해당분간 횡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A외국계 은행 딜러는 "결국은 채권금리는 레인지로 회귀할 것"이라며 "비둘기적 입장이기 때문에 국채선물 기준으로 선물가격이 위로 상승하는 등 채권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이겠지만 한은이 시그널만 보낼 게 아니라 실제로 금리를 인하해야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채권금리는 박스권에 갇힐 것"이라며 "절대금리 부담 때문에 지나친 강세는 기대하기 힘든 애매한 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은행 딜러는 "지준율 인상이 없을 거라고 못박아 시장심리가 개선됐고, 금리 정상화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었다"며 "현재 래벨에서 대외 변수에 연동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채선물의 경우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데 다시 매수로 돌아설시점이 다가왔다"며 "채권금리가 하락할 여지는 있지만 비둘기적 성향이 시장기대 만큼 나타난 건 아니었기 때문에 금리는 정체된 상태로 외국인 동향에 따라서 1bp에서 2bp 가량의 제한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혁수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1월 금리 동결은 대내 금리인상 요인과 대외 금리인하 요인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 하방 리스크를 고려한 고민스런 선택이었다"며 "한국의 통화당국은 통화완화라는 세계 흐름에 동조하지 못하고 역주행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통화당국은 금리정상화 의지를 유지하겠지만, 대외 불확실성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스런 상황에 빠졌다"며 "금통위 전 논란이 있었던 금리외 정책수단 활용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은 지준율 조정 자체보다는 지급준비제도라는 큰 틀 속에서 파급효과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며 "1월 금통위를 앞두고 채권시장은 지준율 인상 등 한국은행의 매파적 입장을 우려했지만, 오히려 경기의 하방위험을 다소 강조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문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예상치를 상회하는 미국 경제지표의 영향으로 당장의 이벤트 리스크 발생에 의한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며 "단기적으로 한두달 정도 단기금리가 더 상승하는 베어 플래트닝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여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1월 금통위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온건한(dovish) 분위기로 마무리 됐다"며 "경기방향성은 국내마저 둔화 가능성을 인정한 반면, 관심이 높은 물가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처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은이 당장 높은 물가에 대응 하기보다 중기적인 시계를 가지고 물가안정 정도를 점검하겠다고 밝혀 통화긴축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며 "시장금리 방향은 연말부터 위축되어온 1년 이하 단기영역 부담이 해소되며 소폭 스티프닝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본격적인 스티프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2분기에 2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전망이지만 1분기는 경기둔화와 물가부담 완화를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여 현재의 금리 박스권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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