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임원들의 연봉과 성과급을 큰 폭으로 올린 것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오전 9시8분 송고된 '하나銀, 임원 급여ㆍ성과급 증가율 '최고'' 제하 기사 참조)

지난해 우리 사회 전반에서 제기된 금융권의 탐욕에 대한 우려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미국에선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구호로 반(反) 금융자본 시위가 시작됐고, 이런 움직임은 전 세계로 확산했다.

국내에서는 작년 10월 '여의도를 점령하라-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라는 주제로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와 관련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작년 10월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려야 한다며 국내 금융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은 "기득권층의 탐욕에 대한 시위가 우선 금융에 대해 일어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당한 성과와 보수는 반대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16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넣어 살아난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억대 연봉 체계에 대해 금융권 스스로 답을 내야지, 스스로 모른다면 금융권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12월 "최근 금융자본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반 월가 시위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금융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그러나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등 속내를 들여다보면 은행권에 쏟아지는 비난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 중 임원들의 연봉과 성과급을 가장 큰 폭으로 올린 하나은행은 실적 개선 등의 영향으로 작년 장기성과급에 2009년과 2010년 2년치 지급액이 포함돼 임원 급여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2011년 당기순이익은 1조2천68억으로 전년의 1조84억원에 비해 2천억원 가량 증가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실적 개선과 함께 금융위기 당시 급여 반납분의 원상회복, 임원 증원 등을 임원 급여와 상과급을 상향조정한 이유로 들었다.

반면 국민은행은 지난해 실적이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음에도 임원 급여 총액이 줄어 대조를 이뤘다.

국민은행은 2011년 임원 12명에 대한 급여 총액이 57억200만원으로 전년 15명에 대한 급여 총액 61억8천600만원에 비해 8.5% 줄었다. 다만, 급여 총액에 포함되는 성과급은 같은 기간에 26억2천300만원에서 28억8천100만원으로 다소 늘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임원 급여가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축됐다"며 "다만, 2011년에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성과급은 다소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2조465억원으로 전년의 112억원에 비해 2조원 이상 급증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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