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은 총재 기자회견 내용 추가>>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열린 10월 정례회의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내수와 수출 경기가 급속하게 악화되는 등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호주와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신흥국가들의 통화정책 완화가 본격화됐다는 점도 3개월 만에 추가 인하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됐다. 주요 국가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내리지 않는다면 외국 자본이 급속도로 유입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우리나라의 대내외 경제여건이 지난 7월 전망치보다 악화된 것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성장률은 당초 3.0%보다 0.6%포인트 낮은 2.4%, 내년 성장률도 3.8%에서 0.6%포인트 내려간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내수·수출 동반 추락…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 지표는 모두 악화일로다.

8월 산업생산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전월비로 각각 -0.9%, -0.3%를 기록했다. 제조업평균가동률은 73.8%로 2009년 5월 73.6% 이후 3년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도 전월비 각각 -3.0%, -13.9%를 나타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5포인트,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기저효과가 일부 나타난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 파업, 태풍 등 일시적 요인이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소비와 투자 등 전 영역에 걸쳐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데 따라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 전선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9월 수출은 456억6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 감소했다.

이는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해 2월과 6월에 전년 대비로 20.5%, 0.9% 증가했을 뿐 나머지 기간에는 계속 감소하는 등 수출 역시 장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심리 역시 크게 악화해 경기둔화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9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9로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대기업과 내수기업 업황 BSI는 전월대비 각각 6포인트, 4포인트나 떨어졌다.

정부의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4%로 전망하지만, 하방 위험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지금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을 거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효과를 보려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지, 다른 요건을 고려해 타이밍을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직 물가 부담은 크지 않다 = 소비자물가지수 등 물가지표가 하향 안정화된 것도 금통위의 완화적 스탠스 유지를 가능케 한 부분이다.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7월 1.5%, 8월 1.2%에서 3개월 만에 2%대로 다시 올라선 것이지만, 태풍에 의한 농산물 피해 등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이어서 물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은의 현행 물가목표 중심선(3.0%)에도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생산자물가도 반등했으나 상승률은 아직 높지 않은 수준이다.

9월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1.0% 상승했다. 지난 7월 2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8월에는 0.3% 상승했다.

지난 2월 3.5%였던 전년 동월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3월에 2.8%, 4월 2.4%, 5월 1.9%로 둔화하고서 지난 6월에는 0.8%로 크게 낮아졌다.

김 총재는 "물가안정목표를 2.5~3.5%로 범위를 축소한 것은 그만큼 물가가 크게 오를 만한 위험이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수요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인플레를 유발하는 효과도 과거보다는 작다"고 진단했다.

▲연내 추가 인하 쉽지 않을 듯 = 금통위가 7월에 이어 3개월 만에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연내로는 추가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일단 하반기 들어 두 번의 금리인하에 따른 정책 효과를 지켜보자는 심리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2월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 이벤트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김중수 총재는 "중앙은행이 의사 결정을 할 때 대선 등 정치적 요소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의 안정에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의 하향 속도가 더디다는 점 역시 금통위의 큰 고민거리다.

일반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9월에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은 3.4%로 조사됐다. 2010년 12월(3.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한은의 목표 중심선을 웃도는 것은 물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2.0%와도 차이가 크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제대로 잡히지 않거나 금리인하의 후폭풍으로 튀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추가적인 인하 스탠스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세가 인플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더군다나 한은은 내년부터 적용하는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2.5~3.5%로 현행 목표 범위보다 축소한 상태다.

박재완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올해 12월과 내년 1월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올해 2%대 물가에 대한 기저효과도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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