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정선미 특파원 =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보다 한 단계 위인 'BBB-' 등급으로 강등함에 따라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무디스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강등하지 않을지 우려해왔으나 S&P가 돌연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했다.

이달 말 등급 검토를 완료할 예정인 무디스마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강등한다면 일부 스페인 국채 투자자들이 스페인 국채를 매도할 것이며 결국 스페인의 국채금리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구제금융 요청을 결정할 때 국채금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P는 스페인이 구제금융 요청을 주저하는 것이 스페인 등급 하락 위험을 부추긴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스페인의 처지에서는 더 고통스러운 예산 삭감과 긴축을 요구할 구제금융을 요청할 유인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 오는 21일에는 바스크와 갈리시아의 지방선거가 예정된 것도 구제금융 요청을 꺼리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라호이 총리에게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악재이기 때문이다.

S&P나 무디스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하향하면 스페인 국채는 씨티그룹의 글로벌국채지수(WGBI) 등 투자등급 지수에서 퇴출될 위험이 커진다.

일례로 WGBI는 두 신평사가 모두 한 국가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하면 지수에서 퇴출한다.

씨티리서치는 WGBI에 편입된 스페인 국채에 투자된 자금은 450억유로에서 600억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스페인의 미결제국채는 5천억유로 규모에 이른다.

씨티리서치의 로버트 크로슬리 애널리스트는 "만약 시장에서 스페인이 투자등급 지수에서 퇴출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하고 스페인 국채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인다면 이것이 장기적으로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메르츠방크는 "스페인이 주요 지수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커짐에 투자자들이 스페인 국채 투매를 우려하고 있으며 S&P의 등급 조치가 이런 과정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면 은행권이나 텔레포니카 등 대규모 부채를 보유한 대기업 등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자금 조달 길이 막힐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S&P는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이 방코산탄데르, 카이사뱅크 등 현재 스페인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은행권의 신용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스페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S&P 등급 조치에 5.81%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여름 7%를 웃돈 것에 비하면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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