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모바일 게임 '애니팡' 열풍이 여의도 금융가에도 퍼졌다.

마우스 위 검지 하나로 수억원대를 움직이는 딜링룸의 트레이더들도 초등학생이 즐겨할 수준의 '동물그림 맞추기' 재미에 푹 빠졌다.

애니팡은 같은 동물의 그림이 나란히 나오도록 그림을 재배치하면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이다.

최근 성별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인기속에 이종길 국민은행 트레이딩부 대리가 최근 보고서 형식에 맞춰 정갈하게 쓴 '트레이딩부 이종길 대리가 알려주는 애니팡 매뉴얼'이 화제다.

파생상품을 거래한지 2년 반정도 된 이 대리가 지인들과 공유할 생각에 지난 추석 연휴를 맞아 만든 자료가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이 대리는 "처음에는 채권시장에 있는 지인들과 돌려 볼 목적이었다"며 "생각보다 빠르게 널리 자료가 퍼진 것 같아 놀랍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가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 보고서 형식을 엄격하게 따랐다는 점 때문이다.

언뜻 보면 영락없는 보고서지만 거기에 들어있는 엉뚱한 내용들이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콤보(combo)는 복리다' '마음을 가라앉히면 보다 냉철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와 같이 은행원의 특성을 살린 정제된 문구가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합니다'라는 국민은행의 사회공헌 철학은 '콤보를 먼저 생각합니다'로 재치있게 패러디했다.

애니팡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전략(?)을 상세한 그림 묘사도 매뉴얼을 보는 사람의 실소를 끌어 낸다.





<출처:이종길 국민은행 대리>

이 대리는 "금융권에서도 반응이 많이 오고 심지어 한 제조업체에서도 매뉴얼을 잘 봤다며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업무가 많아 '중급자'편 완성이 일주일 정도 늦어졌지만 15일경에 공개할 예정"이라며 "중급편부터는 은행 보고서 양식이 아닌 별도 형식으로 자료를 만들어 개인 블로그에 올릴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보고서 양식으로 게임하는 요령을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신선하다"며 "내용이 유익해서 화제가 된다기보다는 저런 리포트를 쓴다는 것 자체가 참신해 화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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