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른바 채권 전성시대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마감가 기준으로 지난 10일 연 2.71%까지 내려서는 등 사상 최저수준까지 내려서면서 채권 롱포지션을 들고 있는 대부분 기관들의 실적도 크게 향상됐다. 채권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질 게 틀림없다.

그러나 채권 '매니저'와 '브로커'의 주머니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매니저들은 수익이 확정되지 않았고 최종 포지션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몰라 북클로징 때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경우 어떤 돌발상황이 나타날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금리가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내려서 추가로 포지션을 구축하기도 어렵고 롱 전략이 대세여서 차익을 실현하기도 어렵다.

매니저들은 이런 부담을 지닌 탓에 채권 브로커가 너무 많은 성과를 가져간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마디로 브로커들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보수를 챙긴다는 게 매니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일부 성과가 좋은 채권 브로커들은 이미 10억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챙겼다는 소문까지 채권시장에 회자되고 있다.

이에 대해 브로커들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수치라고 항변한다. 최근 절대금리 수준이 워낙 낮은 탓에 거래가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래량이 회복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매니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한 성과급도 이른바 을(乙)의 인생을 사는 목숨값이라 게 브로커들의해명이다. 쉴 새 없이 호가 발견에 나서야 하고 매니저들이 원하는 맞춤형 물건을 찾느라 백방으로 수소문하는 등 피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과에 대한 시각 차이는 어찌 보면 채권 매니저와 브로커의 엇갈린 숙명에서 비롯된 것이다. 포지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매니저와 을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브로커는 같은 분야에 종사하지만 처음부터 출발점이 다르다.

채권시장의 매니저와 브로커의 관계는 그래도주식 등 다른 자산에 비해 끈끈한 편이다. IMF 외환위기,대우채 사태,카드채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에 이어 최근의 웅진홀딩스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회사채 소화 불량 등 각종 채권 관련 현안에서 애환을 같이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차가워졌고 가을 단풍이 제법 곱다. 채권시장의 소위 '슈퍼 갑'인 국민연금, '쌀집'으로 불리는 농협, 구조화 채권을 독식했던 삼성자산운용, MMF 의 황제였던 옛 CJ자산운용(현재 하이자산운용) 등에 종사했던 채권 1세대나 1.5세대들의 안부도 궁금하다. 연말이 가기 전에 1세대 채권 매니저와 브로커들이 모여 저녁 자리를 한번 가지는 건 어떨까 싶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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