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한국계 은행이 발행한 외화채권의 가산금리가 연일 하락하면서 가격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둔화와 웅진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한국계 은행들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가산금리가 다시 상승할 것으로도 점쳐졌다.

1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7년 만기인 수출입은행의 외화채 가산금리는 지난 12일 기준 103bp로 발행 때보다 212bp나 하락했다.

산업은행(2017년 만기)과 정책금융공사(2021년 만기)도 각각 120bp와 132bp로 지난해 말 대비 200bp, 148bp 떨어졌다.

시중은행도 하락세는 마찬가지였다. 국민은행의 2017년 만기 외화채 가산금리는 2011년 말 대비 175bp 하락한 145bp를 나타냈다.

기업은행 역시 2017년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 가산금리가 발행 시보다 48bp 하락했다.

한국계 은행들의 외화채 가산금리가 이처럼 낮아진 것은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가 모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올렸기 때문이다.

마침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가 국채직매입(OMT)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3차 양적완화(QE3)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유동성 확대 기대도 커졌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해외 외화채 시장에서 '한국물에 대한 매도세를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without offers on Korean bonds and lifting aggressively tighter on names already so tight)'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보다 국책은행의 가산금리 하락폭이 더 크지만, 이 차이도 곧 좁혀질 전망이다.

무디스와 피치가 국가 신용등급과 함께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기업은행의 신용등급도 상향 조정하면서 이들 은행의 가산금리는 빠르게 하락했다.

반면 신용평가사들이 시중은행의 신용등급에는 변화를 주지 않으며 국책은행과 시중은행간 가산금리 하락폭이 차별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윤인구 부장은 "앞으로 시중은행 신용등급이 동반 상향조정 되면 가산금리차가 상당 부분 축소될 것이다"며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에서는 이런 시각이 먼저 반영돼 지난달에는 신용도가 낮은 시중은행들의 CDS 프리미엄 하락폭이 국책은행보다 오히려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수출입과 산업은행의 CDS 프리미엄은 각각 17bp와 19bp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국민과 신한은행은 각각 15bp, 24bp 내렸다.

우리와 하나은행은 21bp, 24bp 하락했다.

한국계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발행한 외화채 가산금리가 이처럼 하락하면서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상향 이전부터 가산금리가 하락하면서 가격 부담이 커진 데다 대외여건 악화로 경기둔화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HSB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물에 대한 호재는 모두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며 "투자자들이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한국의 구조적 경기하강 위험이 시작되는 점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HSBC는 그러면서 한국계 은행채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조정했다.

JP모건은 "웅진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지난 8월 연체율이 18bp 상승해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금융감독원의 발표가 나왔다"며 "한국계 은행의 '자산의 질'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웅진사태로 최근 인수ㆍ합병(M&A)이 활발했던 기업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커질 것이다"며 "다른 기업 사례가 발생할 경우 한국 금융권 전체 신용도에 미칠 악영향이 커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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