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개인적인 상담차 투자은행업에 종사하는 지인을 점심 시간을 이용해 방문했다. 초가을 창가에 드는 햇볕속에 차를 마시며 글로벌 경제상황이며 개인투자자들의 최근 동향을 들어봤다.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현 경제와 투자상황에 대한 결론은 그 어느 때보다 전망하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 증거로 우선, 작게는 개인투자자들의 운용 목표 수익률을 보면 알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지인의 고객들이 가장 많이 목표로 정하는 수익률은 연리 5~8% 사이라고 했다.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의 2배 남짓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돈을 맡기는 것보다 두배 정도만 나오면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걸 다른 말로 하면 `깨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고객들의 `보수적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단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목표'다.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최근 2년여간 욕심내서 위험을 떠안고 투자한 상품들, 특히 국내외 주식관련 상품들이나 파생쪽, 혹은 부실기업이 돼 버린 회사의 채권 등에 투자했다면 본전만 찾아도 감지덕지인 투자자들이 수두룩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필자 본인도 최근 2년간 투자한 주식형 펀드에서 약 20% 손실 상태를 경험중이다.)

거시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그만큼 투자환경이 나쁘다는 걸 투자자들은 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성장률 전망치를 2.7%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는 '구조적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저금리-저수익'을 견디고 익숙해져야 하는 시점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인의 그다음 얘기는 종합적인 상황을 말해준다. 그는 "대체 이런 환경에서 뭘 투자해야 할지 고객들에게 조언하기가 난감하다. 예전엔 어떤 투자처가 수익률이 높은지 살피는 게 일이었다면 이젠 시장 평균금리를 살짝 `비트'하는 수준에서 `안전한가'를 살피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차트파일엔 채권형 상품의 최근 3년간 변동성에 비해 주식형은 무려 5배가 넘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식과 금융투자 시장 외에 부동산 쪽은 더 심하다. 거액 자산가들은 부동산 투자가 기본인데 대체 그들에게 권해줄 전략도 없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었다.

정부가 각종 정책을 쏟아 부어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멈출 줄 모르고, 웅진 사태처럼 파산 일보직전에 몰리는 한계기업들이 늘고 있다. 따라서 회사채 투자도 만만치 않다. 신용등급에 `B'자만 들어가도 투자자들은 금방 싸늘한 반응이란다. 심지어 `A' 이상인데도 선호도는 예전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쿠폰금리도 형편없이 낮지만 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4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 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기업의 신용위험도는 `16'으로 2009년 2분기 이후 3년6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내수경기 둔화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많은 기업들은 추운 겨울을 날 돈을 필요로 하지만, 회사채를 사주는 개인이나 기관은 한정돼 있다. 그것도 `공부 잘하는 우량한 놈'에게만 기회가 있을 뿐이다.

일본형 장기불황을 운운하는 요즘,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 등 어느 투자처 하나도 과거 상식이었던 연리 `1할'의 타율을 보여줄 투자처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는 `투자수익의 장기불황기'도 함께 도래한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이 필요할 때다.(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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