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14일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이 어느 정도 예견된 사안이지만 그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유럽지역이 글로벌 판매비중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유럽 재정위기가 나타난 지난해에도 이 지역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등급 강등이 유럽 시장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지, 또 글로벌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유럽 재정위기에 계속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은 지난해 말 19조2천773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7조7천433억원으로 줄었다가 2분기 말에는 19조9천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3분기 말에도 21조7천억원대로 증가했다.

현대차의 경우 기아차 포함해 유럽 판매비중이 10% 초반대여서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올해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 공세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돼 북미와 중국은 물론 유럽의 판매 확대를 선언한 바 있어 유로존 등급 강등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등급 강등을 포함해 유로존 경기 침체를 이미 예상해 투자를 축소하고 실적 목표치를 낮춘 기업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이미 투자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지난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실적 성장세를 나타낸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및 매출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다소 낮춰잡았다.

한진그룹은 그룹 포트폴리오(항공.해운)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더 우려하고 있고, 태양광에 집중하는 한화그룹도 이미 예정된 투자 외에는 새로운 자금 집행에는 신중하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내수에 민감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유로존 등급 강등-유럽 경기 침체-글로벌 경기 침체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해운.조선.반도체.화학 업종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아직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자금 경색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회사채 차환이나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이미 올해 영업환경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했다"면서도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급 강등 여파는 조금 다른데, 유럽 판매 전략을 다시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내 IB 관계자는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달리 글로벌 유동성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위험업종을 중심으로 조달비용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시장 위축이라도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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