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결국 올 것이 왔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작년 12월 5일 예고했던 후속조치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이 생각보다 차분하다. 전문가들이 걱정하던 패닉(공포)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매 맞을 준비를 미리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애초 시장에선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두 단계 내려갈 가능성을 각오했다. 유럽 최강대국인 독일의 신용등급 강등도 염두에 뒀다. S&P는 우려와 달리 독일의 등급은 유지했고 프랑스 등급도 한 단계만 내리는데 그쳤다.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는 시장 격언이 있다. 이번 S&P의 신용 평가에 딱 들어맞는 격언이다. S&P가 차일피일 미루던 등급 결정을 하고 나니 시장에선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반긴다. 그러나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EFSF 등급 조정은 어떻게 = S&P의 후속 평가를 더 지켜봐야 한다. 특히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급을 어떻게 매길 것인지가 중요하다. EFSF에는 프랑스(20%)와 이탈리아(17%)의 출연비중이 매우 높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등급이 내려갔으므로 EFSF 등급도 덩달아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FSF 등급이 내려가면 가용재원이 줄고 재정위기에 빠진 국가를 지원할 여력도 준다. S&P는 이번 주 중으로 EFSF 등급을 결론내기로 했다.

유럽 주요 은행의 신용 등급 강등도 불가피하다. 프랑스의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은 S&P에게서 등급 조정이라는 회초리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의 은행 역시 마찬가지 운명이다.

은행권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조달금리가 올라가므로 자금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유럽은행들엔 설상가상인 셈이다.

1분기 중 유럽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겠다고 선언했던 무디스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한다. 신용평가사들의 경쟁심리를 감안할 때 더 강력한 등급 강등 회오리를 몰고 올지도 모른다.

피치는 1월 30일쯤 유럽 6개 국가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예정이다. 시장에 이미 반영된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은 유럽 정책당국으로 = 공은 이제 유럽 정책 당국으로 넘어갔다. S&P는 정책 당국의 대책이 미흡했다는 점을 등급 강등의 사유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신 재정협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온 불협화음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유럽연합(EU)은 1월 30일에 특별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그에 앞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23일)와 EU 재무장관 회의(24일)가 잇따라 열린다. 정상회의 의제를 미리 조율하는 회의다.

유럽 정상들이 한걸음 진보한 대책을 내놓을지, 찬물을 끼얹을지 주목된다.

그리스의 채무조정 협상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가 유럽발 악재의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민간 채권단과 채무조정 협상을 타결해야만 1천300억 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그리스 국채 헤어컷(할인율)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민간 채권단과 그리스가 자발적으로 합의하지 못하면 그리스는 바로 디폴트를 맞게 된다. 시장에선 그리스가 3월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것이라는 설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EU와 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트로이카는 16일 그리스와 민간 채권단의 협상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18일에는 그리스 국채교환 협상이 예정돼 있다. 23일 열릴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과 관련한 내용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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