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14일 무더기로 떨어지면서 최근 진행 중인 대형 인수.합병(M&A) 거래가 성사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등급 강등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연결될 경우 수출 업체 경영권이나 지분 거래는 더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우선 SK텔레콤이 인수 작업을 진행하는 하이닉스 딜부터 협상에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D램 가격이 바닥을 치고 추세적인 상승을 보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번 유로존 등급 강등으로 자칫 가격 회복세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하이닉스를 정밀실사하고 있는 SK텔레콤이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인수가격으로 3조4천267억원이라는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각하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은 더 어렵다.

캠코는 지분 31.3%를 가진 산업은행과 별도로 19.1%만 매각하려고 주간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영권이 담보되지 않아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가운데 이번 유로존 등급 강등이 대우조선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 크다. 현대중공업보다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이루지 못한 대우조선이 해운.조선 시황 악화에 이미 직면해 있는 상태다.

이밖에 예비입찰을 앞둔 쌍용건설, 한국항공우주, 대우일렉트로닉스, 쌍용양회공업 등의 공공 딜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회계법인의 한 간부는 "유로존 등급 강등이 예고됐다고는 하지만 당초 우려대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짙어질 가능성이 커진만큼, 대외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 관여된 딜은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의 경우 SK텔레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한 만큼 어느 정도 가격 인하가 예상되나 그 폭을 둘러싸고 채권단과의 갈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IB 관계자는 "대우조선 지분 매각은 자체만으로도 성사되기 쉽지 않은데 조선 시황이 더 나빠진다고 보면 연내 매각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일정이 공개된 매각 작업도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먹구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인수금융 시장까지 나빠질지는 조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공공 딜의 경우 난관이 예상되지만, 유럽에서는 계속 기회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유럽 기업 사냥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scoop21@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