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 게 왔지만 전 세계 금융권은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로존 주요국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했지만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금융시장의 반응이 차분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 키프로스,몰타, 슬로바키아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9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지만 각국의 CDS프리미엄 등은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이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퍼펙트스톤급 충격을 각오해야 하지만 이미 노출된 재료였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작 국내 금융시장이 유로존의 신용등급 강등을 계기로 주목해야할 사안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바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을 닮아가고 있는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이다.

지난 12일 연합인포맥스가분석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경매 시장을 중심으로 미국 서브프라임을 닮은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듯하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 경매를 통해서도 채권을 회수 못해 채권자가 입은 손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1조3천억원에 육박한다는소식은 충격적이다. 채권자 대부분이 금융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장이 의외로 커질 수 있다.

은행권 등 금융권이 아파트 담보인정가액을 낮추거나 원금 일부 상환을 요구하고 나서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한 가계는 엄청난 상환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

가계는 이미 높은 물가 등에 따른 가처분 소득의 감소로 대출금 원리금 상환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가계는 올해부터 거치식 변동금리부에서 이자만 부담하던 데서원금 상환 까지 부담해야할 처지다.

한은이 지난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1년 상반기 중 만기 도래된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중 연체대출 1천51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51.1%가 만기가 도래된 달에 연체가 발생했다.

부채상환능력은 낮으면서 이자만 내는 `부채상환능력 취약대출'도 약 100만건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26.6%에 해당했다.

올해에만 전체의21.2%가 대출 만기를 앞두고 있다.

제 코가 석자나 되는 은행권 등 금융권이 건전성 관리 강화에 나설 경우 가계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는 데이터들이다.

유로존 주요국가의등급 강등 소식보다국내 금융시장과정책당국자들이두려워해야할 대목은 바로 이런 데이터들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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