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하나은행이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퇴직연금시장 내 입지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은행보다 점포수가 적고 기업고객 기반도 강하지 않은 점이 실적 부진의 이유로 풀이된다.



<표> 은행별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 실적 (단위: 억원)

은행 사용자수 가입자수 적립금 점유율
국민은행 26,100 909,363 51,250 9.3%
신한은행 23,563 845,135 48,733 8.9%
우리은행 20,771 786,313 44,684 8.1%
기업은행 45,725 682,836 35,958 6.5%
하나은행 10,481 578,631 23,999 4.4%


<자료: 금융감독원>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올해 8월 말 현재 운용관리계약 기준 퇴직연금시장 점유율은 4.4%다.

국민은행 9.3%, 신한은행 8.9%, 우리은행 8.1% 등 경쟁 관계인 다른 주요 시중은행의 점유율을 큰 폭으로 밑도는 것은 물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6.5%에도 뒤지는 업계 5위다.

또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 적립금은 국민은행 5조1천250억원의 절반을 밑도는 2조3천999억원이다.

하나은행이 퇴직연금시장에서 '4대 시중은행'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실적을 내는 이유는 기존 영업망과 고객의 특성이 약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다른 주요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점포수가 적고, 영업의 초점도 개인고객에 맞춰져 왔다"며 "이런 점이 기업의 대규모 퇴직연금 물량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주거래 기업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며 "하나은행은 영업기반이 개인고객이다 보니 퇴직연금처럼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선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하나은행 경영진의 퇴직연금시장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다른 은행에 비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은행들의 경우 2005년 말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직후인 2006년부터 공격적으로 퇴직연금 영업에 나섰다. 반면 하나은행은 2007년부터 점진적으로 입지 확대를 모색했고, 2009년에야 본격적으로 영업에 뛰어들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들은 모두 퇴직연금사업을 주된 성장 동력으로 보고 이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충분히 투입하고 있다"며 "다만, 하나은행은 그간 퇴직연금 영업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자체 퇴직연금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상담인력을 충원하는 등 앞으로 퇴직연금시장 내 입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결제망을 자체 구축하고, 상담 가능 인력을 기존 5명에서 38명으로 늘렸다"며 "강점이 있는 개인자산관리 분야는 물론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퇴직연금 영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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