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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오락 프로그램에는 종종 방청객의 '웃음소리'를 효과음으로 넣는다. 예컨대 별로 우습지 않은 장면인데도 사람들의 웃음을 집어넣는 식이다. 일부러 만들어 넣은 것이 분명한 효과음이고, 그게 진부하다는 지적이 많은데도 왜 PD들은 그 방식을 고집할까? 그게 뚜렷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그 웃음을 듣고는 마치 그 장면이 재미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물론 누구나 그게 엉터리 웃음이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은 덩달아 자신도 그런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심리학자가 사람들의 착각을 활용한 실험을 했다. 그는 남자 대학생들에게 협곡 사이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두 줄을 타고 건너가라고 요구하였다. 우리가 군대에서 유격 훈련할 때 건넜던 것과 같은 ‘두줄 타기’였는데, 줄이 걸려 있는 협곡이 너무나도 깊고 험해서 아래쪽을 쳐다보기만 하여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오금이 저릴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그런데 협곡 건너편에는 매력적인 여대생이 기다리고 있다가 우연을 가장하여 방금 줄타기를 끝낸 남자들에게 말을 건넸다. 그녀는 지역 관광명소를 취재하는 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는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전화번호도 가르쳐주면서 함께 남자들이 전화를 걸 그럴싸한 핑곗거리도 제공하였다. 기사 내용이나 혹은 신문에 언제 실리는지 알고 싶으면 전화해도 된다는 식이었다. 예상대로 대부분 남자 대학생들이 금세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는지 물어왔다.

이번에는 똑같은 실험인데 장소를 달리하였다. 협곡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길에서 실험을 진행하였다. 역시 매력적인 그녀가 우연을 가장하여 길을 지나던 남자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고는 자신의 전화번호와 함께 전화를 걸 핑곗거리도 제공하였다. 하지만 이 경우,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온 남자들의 비율은 눈에 띄게 낮았다(<현실주의자의 심리학산책, 지식갤러리>에서 인용).

똑같은 여자인데 왜 반응이 이처럼 다를까? 바로 남자들의 '착각' 때문이었다. 방금 막 아슬아슬한 협곡을 건넌 남자 대학생들은 두려움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렸을 터. 하지만, 그런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여자를 만나면서 그들은 예쁜 여성이 자신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였다고 착각하였다. 착각 탓에 남자들은 평소와는 다른 반응을 나타낸 것이다.

금융시장도 같다. 우리는 종종 착각에 빠진다. 어떤 때에는 시장의 모든 투자자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앞날을 낙관하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고, 또 다른 때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투자자가 무한정 앞날을 비관할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그야말로 착각이다.

혹은 어떤 주식을 앞에 놓고 당신의 심장 박동수가 높아지거든 조심할 일이다. 그게 진정으로 그 주식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일에서 비롯된 것인데 주식 때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그녀에게 반하지 않았는데도 착각하여 데이트를 신청하는 전화를 거는 것과 같다. 그건 비극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나는 다우지수의 차트가 우리나라 코스피지수의 차트를 선행한다고 생각한다. 일목균형표가 전형적인 예이다. 다우지수나 코스피지수는 현 시점에서 둘 다 일목균형표 구름 위를 날아가고 있다. 그런데 다우지수는 올해 6월 말에 구름을 상향돌파하였고, 코스피지수는 그보다 한 달 정도 늦은 8월 초에 구름을 상향돌파하였다. 다우지수가 한 달 정도 코스피지수를 선행하는 셈. 따라서 다우지수의 움직임을 살피면 우리나라 코스피지수의 앞날을 쉽사리 예상할 수 있겠다.

현재 다우지수는 일목균형표로 보아 상승세이지만 추세가 좀 아슬아슬하다. 기준선과 전환선이 지난주 목요일(10월18일) 기준으로 역전되었고, 후행스팬 역시 26일전의 주가를 하향돌파하였다. 믿을 것이라고는 구름밖에 없는데, 그것도 이제 주가가 구름 상단에 닿아서 지지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단기지표인 스토캐스틱은 지난주 금요일(10월19일) 기준으로 매도신호로 돌아섰으며, 내가 지난주에 언급하였던 차이킨 오실레이터 역시 매도신호로 뒤바뀌었다. RSI나 RVI, 포스인덱스 등은 말할 나위 없이 부진하다.

따라서... 다우지수의 움직임이 이렇다면 의당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간당간당'하다. 다우지수와 마찬가지로 코스피지수의 일목균형표에서도 지난주 후반에 기준-전환선이 역전돼버렸다. 후행스팬은 아직 26일전의 주가를 하향돌파하지는 않았으나 26일전 주가와 딱 붙어 있는 상태. 그러기에 오늘(월요일) 주가가 조금이라도 밀린다면 다우지수의 차트처럼 후행스팬마저 역전될 위기이다.

나머지도 똑같다. 다우지수를 쏙 빼닮아서 코스피지수에서도 스토캐스틱이 지난주 금요일(10월19일) 기준으로 매도신호로 돌아섰으며, 아울러 차이킨 오실레이터 역시 같은 날 매도신호로 뒤바뀌었다. RSI나 RVI, 포스인덱스 등도 매한가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나는 지난주에는 지수가 초반에는 좀 하락하다가 후반 들어 반등하리라 예상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지난주 후반에 지수가 좀 반등한지라 되레 그게 독이 될 수도 있겠다. 다시 하락할 빌미, 즉 이익 실현의 기회를 제공하였으니 말이다. 큰 흐름으로 보아 나는 지금을 엘리어트 파동이론으로 조정파동이라고 여전히 주장한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주가가 조정을 보이더라도 자연스럽다.

이번 주 초반에는 아무래도 지수가 하락할 공산이 높다. 여러 단기지표가 그렇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 현 수준에서 조금 더 밀리면 지수는 일단 구름 상단의 지지를 받을 예정이지만 그게 미약하다면 구름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러면 앞날은 더욱더 불투명해진다.

내내 주장하였듯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1,885선이 구름 하단인데, 그게 무너지면 정말 고약해진다.

(달러-원 주간전망)

코스피지수는 그래도 이런저런 가능성이나마 있지만 달러-원의 추세는 또렷하다. 오로지 하락 일변도이다. 그러기에 예측하기 편하다. 그냥 ‘하락’이라고 주장하면 된다.

물론 중간에 간혹 반등할 때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매수할 기회는 아니다. 오히려 반등을 노려 매도(Sell on Rally)할 때이다. 지난주에도 달러-원은 초반에 약간 반등하려는 흉내만 내었을 뿐 그 이후로는 내내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110원의 지지가 사라진 지 오래. 이제 시장의 관심은 1,100원의 지지 여부이다.

1,100원이 지켜질까? 일단 나는 설마(!) 1,100원이 순식간에, 그리고 단칼에 무너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국의 부담도 부담이거니와 시장에서도 선뜻 1,100원 이하까지 공격적으로 밀어 내리려 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차트야 보나 마나 의당 과매도(oversold) 상태이다. 달러-원이 내내 하락하기만 하였기에 RSI, 스토캐스틱 등 웬만한 단기지표들은 죄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다. 조금의 힘만 준다면 이들은 일제히 바닥에서 용을 써볼 것이고, 그러면 달러-원은 약간 반등할 수도 있을 게다. 심리적인 지지도 무시할 수 없다. 1,100원이 무너지면 그다음에는 곧장 1,099원, 1,098원 등인데, “1천백 얼마...”에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 그건 아직낯설다.

하지만 어차피 방향은 정해져 있다. 시간의 문제이지 방향이 뒤바뀔 일은 아니다. 1,100원이 이번 주에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다음 주 혹은 그 이후에 무너질 것인가가 관심이지 “무너질까 말까”는 초점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거듭 강조하듯 추세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과거(8월1일 이후, 혹은 9월17일 이후)에도 RSI 등이 바닥을 기더니 달러-원이 약간 반등한 적이 있었다. 그때와 지금이 비슷하다. 따라서 이번 주에도 행여 과거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지 기대해 본다. 1,100원이 너무 빤한 지지선이기 때문에 더욱더 반등은 예상된다.

뭐 그래 보았자 어차피 반등은 더 높은 수준에서의 매도 기회일 뿐이지만……. 반등한다면 1,110원 정도가 목표.

<김중근의 기술적분석START>1111<김중근의 기술적분석END>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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