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유럽 은행 연합 제안을 둘러싼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의견 충돌이 유로존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진단했다.

무디스 애널리스트인 알리스테어 윌슨과 매트 로빈슨은 22일 신용 전망 보고서에서 "실제 운영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은행 연합이 창설되면 취약한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에 긍정적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정상회담 후 은행 연합의 구상과 타당성, 결과에 대한 많은 관계자의 발언에서 극명한 의견 차이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두 애널리스트는 "은행 연합에 관해 EU 정상 간 불협화음이 지속된다면 유로존 회원국, 특히 재정 취약국의 신용도를 계속 약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유럽 정책입안자들은 금융시장에서 압력이 들어올 때만 행동에 나서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유로존을 위태롭게 한다"며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신용도가 약화시킬 가능성이 더 커지며, 결국 유로존 재정 위기 해결을 위한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EU 정상들은 지난 19일 정상회담에서 내년 중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은행을 직접 감독하는 단일 감독 체계를 도입하자는 데 합의했다.

정상들은 ECB에 은행 감독권 전반을 부여하는 법적 틀을 내년 1월1일까지 갖추고 ECB를 통한 단일 감독 체계를 내년 중에 도입하기로 했다.

단일 감독 체계 창설은 유럽 은행 연합을 구축하는 첫 단계에 해당하며, EU는 이후 유로존 공동 예금자보호 체제와 부실 은행에 대한 워크아웃 및 청산 체제를 갖추는 등 은행 연합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합의는 독일과 프랑스가 타협한 결과지만, 아직도 의견 충돌을 빚을 여지가 있다.

은행에 대한 감독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언제까지 완료하겠다는 구체적인 데드라인이 빠진 점도 이번 합의가 완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 정상회의 직후 독일 기독교사회당(CSU)의 연례 회의에 참석해 "은행 감독은 우리가 오늘 합의한 것 이상이어야만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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