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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된 유럽을 만드는 것은 유럽인들의 오랜 꿈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15세기 보헤미아의 왕 포데브라드이 투르크족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유럽이 한 나라로 뭉쳐야 한다고 역설하며, 전쟁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단일화폐를 쓰는 유럽동맹을 결성하자고 제안하였다고 한다. 나폴레옹도 유럽의 통일을 위해서 단일화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950년대에는 오스트리아의 백작 쿠덴호브-칼레르기가 범유럽 통합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유럽연맹과 유럽 단일통화의 출범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였다. 이후로도 수많은 정치가, 학자들의 노력이 이어졌다.

그런데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린 유럽의 단일통화 문제에서 어느 나라가 가장 적극적이었을까? 독일이나 영국이 아니다. 프랑스였다! 나폴레옹은 의당 프랑스가 유럽 단일화폐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유로화의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루에프는 1950년대부터 금에 연동되는 유럽 단일통화를 만들자고 주장하였는데, 그 역시 프랑스가 마땅히 주도적인 단일통화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프랑스의 정치 지도자들, 예컨대 드골이나 미테랑 같은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프랑스 사람들은 예로부터 의식적이건 혹은 잠재적이건 일단 유럽 단일화폐를 만들면 당연히(!)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프랑스 사람들의 눈에는 다른 유럽 국가들은 보잘 것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프랑스는 콧대 높은 드골이 대통령에 오른 이후, 달러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유럽통화를 원했다. 프랑스의 입장에서 통화의 힘은 군사력만큼이나 중요하였다. 앞서 언급한 자크 루에프는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낼 수 있는 발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는 “미국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무역수지 적자를 감당하고 있다”고 대놓고 불평할 정도였다.

하지만 유럽의 또 하나 맹주 독일은 프랑스와는 입장이 달랐다. 그들은 굳이 유럽 단일통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당시 독일의 콜 수상은 독일 기업의 시장이 넓어진다는 이유로 유럽 단일화에는 찬성하였으나 단일 통화에는 소극적이었다. 자국통화인 마르크를 포기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달러가치의 불안정으로 마르크에 대한 절상 압력이 높아지자 입장을 바꾸었다. 마침내 1999년 1월, 유로화가 탄생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유로화, 이제 겨우 20년 남짓한 상태인데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자신들이야말로 유럽의 1등 국가이며 유럽 단일통화는 마땅히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어왔던 프랑스는 졸지에 국가 신용등급이 ‘2류 국가’로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내포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당장에 독일과 프랑스가 보증하는 구조인 EFSF, 즉 유럽안정기금의 신용등급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걸 보증한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낮아졌으니 EFSF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것은 논리적인 귀결이다.

자존심을 따질 처지가 아니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당장 만들어서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EFSF를 매개로 하는 유럽 위기극복 방안도 물 건너가면서 유럽위기는 더욱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EFSF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자금조달 비용이 더 늘어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부담이 더 커지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가장 큰 문제는, 위기를 해결할만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금리는 이미 더 낮추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수준이고, 재정은 이미 적자로 허덕이는지라 강력한 재정정책을 펼칠 수도 없다. 독일은 더 이상의 부담은 꺼리고, 그리스는 부도위기에 내몰렸으며, 이탈리아의 국채는 차곡차곡 돌아오고 있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 정말 큰일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말이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된다는 말인데,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바로 그 짝이다. 똑같은 뉴스를 놓고 호재로 해석하기도 하고 악재로 해석하기도 하니 말이다. 기업과 관련한 좋은 소식이 전해지면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주가가 오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되레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운운하면서 주가가 내린다. 얼마 전 최고의 실적 잠정치를 발표하였던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우수한 것이었으나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였다. 이미 반영되었다는 이유에서이다.

지난 주말 전해졌던 S&P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로존 각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였다는 소식, 과연 시장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겉으로 보아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당장 오늘 개장 초부터 프랑스 등의 등급강등을 이유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본다면 그것이 새로운 사실도 아니고 알려질 만큼 충분히 알려진지라 ‘삼성전자의 사례’에서처럼 이미 주가에 반영되었다는 이유로 무시되거나 오히려 호재가 될수도 있겠다. 어떨까?

기술적분석은 굳이 따진다면 시장의 심리 혹은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작업이다. 그게 바로 시장의 추세이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좋으면(즉 상승추세라면) 악재라도 무시된다. 반면 분위기가 나쁘면(즉 하락추세라면) 아무리 호재라도 투자자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보아 최근 주식시장의 분위기 혹은 추세는 일단 상승세로 판단된다. 따라서 유럽의 신용등급 강등이 큰 뉴스이긴 하지만, 이번 주의 코스피지수에는 강력한 하락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일목균형표에서 내가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간차트에서 코스피지수는 미약하나마 구름 위로 올라선 데다 기준-전환선도 호전되었다. 전환선의 방향도 괜찮다. 이번주 화요일까지 코스피지수가 장중 1,883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전환선은 살짝 하락하기는 한다. 그러나 하락폭은 매우 미미하여(+1포인트 남짓) 눈에 잘 띄지 않을뿐더러, 설령 전환선이 하락하더라도 그 이후로는 내내 수평을 유지하여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만일 코스피지수가 하락폭을 늘린다면 구름 상단의 지지를 무너뜨리고 다시 구름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겠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단기간에 1,810을 하향돌파하지 않는 한 전환선의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단기적으로는 약간이나마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1,810선은 구름의 하단이기도 하므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마지노선’과도 같다. 그게 무너지면 단기적이건 뭐건 상승추세는 날아가 버린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은 괜찮다. 전에도 언급하였듯 나는 현재의 반등은 B파동으로 보고 있다.

주간차트로 살펴보는 중, 장기추세는 여전히 좋지 못하다. 주간 일목균형표에서 코스피지수는 점점 더 구름 하단에서조차 멀어지고 있다. 따라서 단기를 노리고 매수한다면 ‘방망이를 짧게 잡을’ 일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이번 주 월요일부터 연합뉴스TV, <마켓워치>는 새로운 코너를 마련할 계획이었다. “달러-원 주간전망”이라는 것이다. (내가 마켓워치에서 해설자로 일하며, 오전 8시반, 오후 2시40분에 방송된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분은 없으리라!) 생생한 시장의 목소리를 전하자는 취지에서 현직 외환딜러의 인터뷰를 따왔다. 그리고 방송 기술적인 문제 즉 인터뷰 영상을 녹화하고 편집하느라 시간이 걸리므로 인터뷰는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딜러들은 모두 이번 주의 달러-원 흐름을 ‘아래쪽’으로 보았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차트로 보아서도 달러-원은 단기적이나마 하락추세였고, 정책당국도 물가를 의식하여 달러-원의 상승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차트로도 위가 막혀 답답한 흐름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인터뷰를 다 끝낸 후인 지난 주말, S&P가 유럽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것은 또 무언가. 녹화할 당시의 시장상황과 완전히 다른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슬프게도, 애써 따온 인터뷰 영상은 쓰지도 못하고 버려야 할 참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어쨌거나 과연 달러-원은 내가 지난주 금요일에 예상하였듯, 그 딜러들이(혹은 시장의 다른 참가자들이) 전망하였듯 이번 주에 하락흐름을 만들어갈까?

물론 유럽의 신용등급 강등이 악재인 것은 분명하고, 그로 말미암아 당장에는 달러-원이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앞서 코스피지수의 경우 차트를 이유로 반등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였듯이 달러-원의 경우는 단기적이나마 하락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차트로 판단할 때 그렇다는 말이다. 일목균형표의 기준-전환선이 역전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근거이다. 아울러 인터뷰에 응한 딜러들이 ‘아래쪽’으로 보았듯 시장의 분위기도 아무래도 아래쪽이 강해 보인다는 것도 이유의 하나이다.

물론 중, 장기적으로 달러-원의 추세는 확연히 상승세이다. 주간 일목균형표에서 달러-원은 일찌감치 구름 상단을 돌파하였고, 한참이나 그 위에 올라서 있다. 그러니 주간 기준으로 말한다면 달러-원이 좀 하락하여도 그건 ‘조정’이지 추세가 아니다.

사실 유럽 신용등급 강등은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 시장은 그것을 단기충격 정도로 흡수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시장은 재미없는 국면으로 회귀할 것이다.

위로는 당국의 물가를 의식한 개입이 예상되니 막혀 있고, 아래로 가자니 유럽 위기를 비롯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강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래로 밀린다면 1,140원이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시장은 아래위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기보다는 1,150원 언저리에서 그냥 옆으로 길 공산이 높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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