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금융감독원이 연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권의 후순위채 발행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섰다.

금감원은 연초 은행별로 제출한 자본확충 계획에 따른 후순위채 발행은 될 수 있으면 허용하되, 계획에 없었던 발행은 자제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발행이 일시에 몰리면 후순위채 금리가 상승하고 은행권 자산건전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3일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들은 4분기 중 최대 3조원어치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국내 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 규모는 약 7조7천억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올해 후순위채 발행 규모를 약 10조~11조원으로 책정했다"며 "약 2조~3조원정도가 4분기에 추가로 발행되는 셈이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연초에 은행들이 제출한 자본확충계획에 덧붙여 내년에 바젤Ⅲ가 도입되는 데 따라 후순위채가 자본에서 미인정되는 규모의 50%를 올해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이 이처럼 미인정자본 규모의 절반을 미리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후순위채 발행시 조건부자본 요건이 추가되면 당분간 프라이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건부자본 요건이라는 개념이 낯설어 적어도 상반기에는 프라이싱이 쉽지 않고 은행들이 후순위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후순위채를 추가로 발행하려는 은행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일부 은행이 금감원이 정한 것보다 많은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겠다고 사전보고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연말 후순위채 발행 규모가 금감원이 전망한 3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후순위채 발행이 이처럼 집중되며 금감원은 교통정리에 나섰다.

금감원은 우선 정해둔 규모 안의 후순위채 발행은 허용하되, 추가 발행은 자제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후순위채 발행이 몰리면 금리가 상승하고 오히려 은행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또 은행들의 예상과 달리 내년 바젤Ⅲ 규제가 도입된 후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올해 발행하는 것보다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은행권 후순위채 발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고치를 보인 후 감소했지만 최근 새로운 자본규제 제도인 바젤Ⅲ 도입을 앞두고 급증했다.

기존 바젤Ⅱ 규정에서는 조건없이 Tier2(보완자본)로 인정되던 후순위채가 내년부터 바젤Ⅲ가 도입되면 생존 불가능 시점조건이 부가돼야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내년부터는 생존 불가능한 상황이나 파산 시 규제 당국의 상각이나 보통주 전환결정, 공적자금 투입 등에 따른 조건을 붙여야 해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바젤Ⅲ 도입으로 후순위채를 내년에 발행하면 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내년에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조건부자본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돼 자본 미인정금액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바젤Ⅲ 규제가 시행되면 올해까지 은행이 발행해 보유한 후순위채는 조건부자본요건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규정돼 매년 20%씩 자본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자본 미인정금액이 발생하는 데 따른 손실이 발행을 앞당겨 얻는 이득보다 더 클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이 급증하며 일부 은행이 시류에 편승해 추가 발행을 하려고 하고 있다"며 "개별 은행으로서는 지금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게 이득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너도나도' 발행을 할 경우 금리가 상승하며 은행권 전체로서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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