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연저점을 경신하며 1,000원대에 진입할 상황에 놓이자 시장의 관심은 원화 강세가 코스피에 미칠 영향에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외국인의 국내 증시에 대한 매수세가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 참가자들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코스피, 원화 강세기에 '장기적 상승'= 지난 10년간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을 하회한 경우는 두 번이다.

2004년 11월부터 2008년 8월, 2011년 3월부터 같은해 8월까지 원화가 초강세를 지속하는 동안 코스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4년 11월부터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한 달러-원 환율은 2007년 11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 900원대에 근접했다"며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로 이어지면서 아시아 수출국의 무역수지 흑자 확대, 미국 무역수지 악화에 따른 달러 약세로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시계열에서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이 역의 관계를 보여온 셈이다.

특히 달러-원이 1,000원 수준에 머물렀을 때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기관 장세가 연출되며 급등세를 보였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반적으로 코스피와 환율은 역의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데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앞으로 주가가 상승하거나 달러-원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과거 원화의 강세 전환이 세계경기 회복과 그에 따른 수출성장이 동반되었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펀더멘탈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지만 어떤 형태의 것이든 원화강세는 주식시장의 관점에서 봤을때 원화 약세나 변동성 확대보다는 긍정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外人, 이번에도 매도전환 할까 = 그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을 하회하는 시점부터 국내 증시에서 매도 우위를 보였다.

실제로 달러-원 환율이 900원~950원 구간에 머물 때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났다. 반면 1,100원~1,150원 구간에서는 매수세가 거셌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시가총액 기업의 70%가 수출기업임을 감안할 때 원화 강세는 국내 증시에 명백한 악재"라며 "경기 악화로 수출 물량이 줄고있는 기업이 환율 리스크까지 노출될 경우 외국인의 매도세는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달러-원 환율이 추가 하락하더라도 이전과 같이 외국인의 매도세가 크지는 않을 것이란 게 증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임 팀장은 "외국인 자금은 증시의 밸류에이션과 관계가 깊다"며 "코스피 시장에서 차익실현한 외국인 자금이 갈 곳이 마땅치 않은데다 환율 하락이 진행중이라는 관점에서 환차익을 생각하는 외국인이라면 오히려 매수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 이외에 외국인 투자 결정에 영향을 주는 거시 변수를 과거 시기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원화 강세기에 코스피 주당순자산비율(PBR)은 1.4배가 넘었지만 지금은 1.14배에 불과한 밸류에이션 저 평가 상태"라며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8.5배에 불과해 외국인이 좀 더 사도 되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원화 가치 역시 외국인 입장에서 봤을 때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은 편이 아니다"며 "신흥국 중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등에 비해 원화가치가 많이 회복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만, 싱가포르 등과 비교하면 원화 가치 상승 여력이 남아있어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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