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연초 이후 누적된 프로그램 잔고가 17조원을 넘어서면서 시장의 관심이 외국인의 매도 전환 가능성에 집중되고 있다.

7월 이후 순매수를 지속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넉달만에 순매도로 전환한데다 이들의 순매수 자금 대부분도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유입됐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23일 "올들어 누적된 프로그램 잔고는 이미 외국인 전체 순매수 규모인 15조원을 넘어섰다"며 "외국인이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는 10월에도 프로그램 잔고는 오히려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어 프로그램 물량이 출회된다면 시장의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누적된 프로그램 물량은 비차익거래 12조5천억원, 차익거래 4조8천억원으로 총 17조4천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올해 4월에도 연초이후 유입됐던 비차익 프로그램 물량이 매도로 전환되며 외국인 순매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물량 폭탄'에 대한 경계심이 프로그램 잔고에 비해 크지 않은 것은 유럽계 자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오 연구원은 "프로그램 잔고가 급증한 시기와 유럽계 자금의 순매수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이 다행"이라며 "이들의 자금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입됐다는 가정 하에 유럽계 자금은 아직 국내 시장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그는 "유럽 재정이슈가 점차 안정되며 유럽계 자금이 코스피만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럽계 자금 중 영국계 자금 비중이 높다는 점은 국내 증시에는 호재다.

오 연구원은 "그간 국내 증시로 영국계 자금이 유입되는 규모는 영란은행(BOE)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확대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며 "시장의 예상대로 BOE가 내달 경기부양에 나선다면 이들 자금의 코스피 이탈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연말을 앞두고 프로그램 거래가 순매수를 기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도 외국인 매도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지난 2001년 이후 프로그램 차익, 비차익 거래에서 11월과 12월은 대부분 순매수를 기록해 왔다.

그는 "배당을 노리고 유입된 자금 탓에 연말을 앞둔 프로그램 거래는 순매수를 기록하기 마련"이라며 "올해 기업들의 배당규모가 지난해와 유사한만큼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은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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