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안전자산이라는 큰 범주 속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국채시장과 금리스와프(IRS) 시장이 서로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두 시장의 불균형이 정상화하면 장기물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서울 채권시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 수급 차이가 경제 뷰도 바꿔 = 23일 금융투자협회와 금리스와프(IRS) 시장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국채 시장은 국고채 20년물과 3년물의 금리차가 꾸준히 줄었지만, IRS시장은 같은 기간 물의 금리차가 더욱 벌어졌다. 국채 시장은 기간별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졌지만(플래트닝), IRS시장은 가팔라졌다(스티프닝)는 뜻이다.





두 시장은 안전자산이라는 채권과 이 속에서 파생된 이자율을 거래하기 때문에 시장 변화의 기본이 같다. 이 때문에 서로 다른 방향성을 보이기 어렵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중장기적으로 다르게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장참가자들은 수급 상황에서 이 차이가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A외국계 은행의 스와프 딜러는 "외국인의 꾸준한 장기 국채 매수가 국채 시장 플래트닝의 주된 원인"이라며 "같은 기간 보험사들이 구조화 채권 매수에 소극적인 탓에 장기 CRS리시브(원화이자 수취) 거래가 많이 줄어든 점도 한몫한다"고 진단했다.

방향성 차이가 지속하자 경제에 대한 시각까지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B증권사 채권담당 임원은 "단타 매매를 하는 증권사들까지 장기 국채를 추격매수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장기경제부진을 예상하는 딜러들이 많아지고 금리 저점에 대한 논의도 미뤄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 장기 국채 금리 상승 우위..속도 빠를수도 =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채시장의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두 시장이 균형을 이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외국인의 장기채권 매수가 제한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C외국계 은행의 채권 딜러는 "국채금리 수준과 달러-원 환율의 저점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매수가 과거처럼 활발할지 의심스럽다"며 "내년 초, 경기 회복 기대감이 생겨 다른 나라 금리도 오르기 시작하면 지금의 현상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와프 시장과 국채시장의 연계거래도 이유로 꼽혔다. 이재형 동양증권 채권전략 수석연구원은 "위험자산의 가치가 오르면서 스와프 스프레드 역전폭(KTB-IRS)이 줄면 국채선물의 매도가 나올 수 있는데 이 규모가 커지면 장기 국채 금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빠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D증권사의 채권 브로커는 "현재 장기물은 보유한 시장참가자 중 상당수는 과도한 금리 하락기를 예상하고 있다"며 "금리횡보기에 잠자는 아이들(idle) 머니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추격매도가 빠르게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jh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