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원 환율 1천원 시대가 일년만에 다시 임박했다. 2010년 5월 고점에 비하면 달러당 170원 이상 원화절상이 이뤄졌다. 거시 분석과 기업들의 반응엔 벌써부터 긴장된 표현들이 나온다.

특히 수출 대형 제조업체나 증권가 분석보고서는 천편일률적이다. 예를들면 이런 식이다.

<<...국내 상장제조업체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경우, 외형의 성장률이 둔화되거나 감소하는 특성을 보여왔다. 수익성 지표의 악화도 동반하는데 원화 강세구간인 2004년 1분기~2007년 4분기 영업이익률은 5.9%p, 동기간 순이익률은 4.8%p 하락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상 원화 강세구간에서 외형 성장이 둔화될 수 밖에 없다.(이하 중략)>>

수치상으로 그러하니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과연 실제로 어떻냐는 것이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 대기업들이 과연 감내할 수 없는 큰 충격에 빠지고 국가차원의 배려나 정부의 환율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냐는 것이다.

대선도 가까와지고 친기업적, 혹은 `서민경제 살리기(?)' 공약으로 국가 경쟁력을 살리자는 `환율 관리'라는 아이템은 내세울만한 꺼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원화 강세를 반드시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쪽도 있다.

해외 IB(투자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원화 절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수출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떨어진다고) 난리치는 건 90% 이상이 엄살로 보인다. 조금이라도 덜 벌면 안되니까 난리치는 것 아니겠는가? 사업하는 입장에선 이익 축소가 당연히 우려되겠지만 원달러 1,100원 깨진다고 엄살을 피면 대체 달러당 700∼800원 시대에는 어떻게 수출했었나?"

그는 또 "큰 기업일수록 `IMF 때도 지금처럼 이렇진 않았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것 같다"면서 "100원 벌거 90원 벌기 싫으니 일단 `죽는 소리'부터 하고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은 순익규모가 조단위로 바뀐후 낯부끄러워서 직접 '우는' 주장은 못하는 것 같지만, 그 대신 어려운 계열사나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이용해 외환시장 개입 로비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사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 기조는 우리 수출기업들이 그만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달러가 많다는 기본적인 면에 기인한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공급되는 달러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펀더멘탈 측면에서 한국 경제가 양호하다는 방증이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불안감으로 위축됐던 해외자금들이 유입되고, 다소 억울하게 저평가됐던 원화가 적정환율로 회귀하는 과정일 수도 있는 셈이다.

자국의 화폐 가치는 다른 측면에서는 국가의 자존심이다. 저평가된 환율로 인해 수출 가격 경쟁력을 운운하기 보다는 거시적 차원에서 환율이 갖는 국가 이미지와 부수적인 효과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때다. 원화 절상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나 계산되지 않은 막연한 방어는 어불성설이다. 한국 산업구조가 환율에 울고 웃을만큼 초보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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