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가 사는 업종은 오르고 팔면 주가는 어김없이 곤두박질 쳤다. 소수종목 집중 투자로 단기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자문사 따라하기' 열풍까지 생겨났었다.
그러나 지난 8월 미국발 증시 폭락은 자문사들의 운명을 바꿔놨다.
20%를 웃돌던 수익률은 끝을 모르고 추락했고, 자문형 랩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자문사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
하반기 증시 폭락과 함께 자문사들의 `수난시대'가 시작됐던 것이다.
▲ 자문사 돈 얼마나 몰렸나 =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업 투자자문사의 일임과 자문계약고는 2011년 3월 말 기준 26조1천억원으로 2010년 대비 11조3천억원(76.3%)이 증가했다.
이 중 자문형 랩 증가금액이 8조원에 달했고, 지난 3분기(4~6월)에도 자문사에는 약 2조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2010년 4월 말 1조원에 불과했던 증권사 자문형랩 잔고는 2011년 6월 말 9조원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8월 그리스 재정위기와 미국 더블딥 우려에 따른 증시 폭락으로 너도나도 자문사에서 돈을 빼기 시작하면서 자문형랩 잔고는 6조원대로 내려앉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10년 초부터 자문형 랩에는 자금이 꾸준히 들어왔었다"며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수익률이 워낙 좋아 자금이 추가 유입됐지만 8월 이후 자문사가 기대 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 자문사가 선택한 업종..`차ㆍ화ㆍ정' 상승률은 = 상반기 증시 랠리는 자문사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ㆍ화ㆍ정(자동차, 화학, 정유주)'은 올해 강세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업종으로 자문사가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급등세를 보였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운수장비업종과 화학업종은 각각 27%와 26%로 업종별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는 상반기 업종 상승률 3위에 오른 섬유의복업종보다 약 10%가량 웃돈 수치다.
상황이 이러하자 개인들은 돈을 빌려서라도 `차ㆍ화ㆍ정' 투자에 나섰다.
운수장비와 화학업종은 올해 상반기 신용잔고 증가율이 각각 96%와 35%를 기록하며 업종별 최대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개미들이 무리하게 돈을 빌려 `차ㆍ화ㆍ정'에 투자에 동참했지만 8월 이후 급락장에서 이들 업종이 다른 업종대비 낙폭이 크게 나타나면서 자문사는 물론, 개인들까지도 큰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화학업종과 운수장비업종은 8월 국내외 증시가 급등락하기 시작한 이후 3개월 동안 각각 27%와 18%의 급락세를 나타냈다.
▲ 자문형 랩 열풍 1년..성적은 = 올해 상반기까지 20%가 훌쩍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던 자문형랩 성적은 미국발 증시 폭락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차ㆍ화ㆍ정' 등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사 특유의 투자 방식은 상반기 상승장에서 빛을 발했지만, 폭락장에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연합인포맥스가 A 증권사 자문형 랩 수익률을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 자문사의 자문형 랩 최근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브레인투자자문의 자문형 랩은 지난 13일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이 -13.8%로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인 -6.6%보다 7% 이상 낮았다.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했던 최근 6개월 브레인의 자문형 랩 수익률은 -21.1%까지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인 -9.0%보다 10% 이상 부진한 성적이다.
AK투자자문의 1년 수익률도 -22.0%, HR투자자문 -21.0%, 오크우드와 J&J투자자문 -18.9%, 레오투자자문이 -18.0%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자문사의 자문형 랩 수익률이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설정일이 1년 미만인 한국창의투자자문의 경우 액티브형 자문형 랩 6개월 수익률이 -13.4%로 코스피(-9.0%) 대비 부진했다. 다만, 이벤트드리븐형의 경우 -6.9%로 코스피 대비 소폭 선방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쿼드투자자문의 6개월 수익률도 -7.6%로 코스피 대비 양호한 성적을 나타냈다.
한 증권사 랩 운용 관계자는 "올 한해는 증시 급변동으로 자문형 랩 투자의 장단점을 투자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문사들이 앞으로도 소수종목 집중투자 방식을 고수하려면 하락장에서도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도록 업종이나 종목에 대한 더욱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며, 투자자들도 자문형 랩의 리스크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나설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s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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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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