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은행권이 신입행원 채용을 위해 실시하는 필기시험을 둘러싸고 계속해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출제 문제에 대한 공정성 논란에 더해 필기시험 과정에서의 감독 소홀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진행된 KEB하나은행 필기시험에서는 점수 산정 방식이나 시간 배분 등이 고사장별로 다르게 공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치러진 KB국민은행 필기시험에는 NCS직업기초능력평가에서 출제된 일부 문제가 기출문제집과 겹치면서 논란이 됐다.

은행들은 공정성 제고를 위해 필기시험 일체를 외부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그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상반기부터 치러진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필기시험 문제는 모두 외부기관에서 출제돼 내부 검토 없이 시험 당일 수험생들에게 바로 전달됐다.

시험 감독자도 총괄 관리를 담당하는 일부 은행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부인으로 구성했다.

문제는 모두 외부에 위탁하다보니 사전에 필기시험 전형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는 체계는 오히려 부실하다는 점이다.

은행 본점 차원에서는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사전 개입이 어렵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채용 비리를 근절하자는 차원에서 내부 개입을 막기 위해 외부업체에 위탁하게 된 것"이라면서 "인사부 직원조차 필기 시험 문제를 사전에 알 경우 문제 유출 우려가 생길 수 있어 문제 검토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역시 마찬가지다. 지주에서 은행 등의 계열사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긴 하지만 지주사 특성상 인력이 적어 각 계열사의 채용전형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도 각 은행별로 적게는 200명에서 많으면 500명 규모를 채용하는 등 채용 인원이 많은 데다 출제된 문제를 은행별로 일일이 검토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특정 은행에서는 필기시험을 금융연수원에 위탁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는 우선 향후 채용에서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필기전형을 앞두고 시험 감독관들에 대한 사전 교육을 강화했다. 특히 상반기 시험 당시 수험생들과 감독관들의 의견, 언론의 지적 등을 종합해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따르면 감사부서나 내부통제부서에서 채용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어느 정도 세부적으로 들여다볼지 기준을 정해 향후 같은 일이 없도록 최대한 절차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ywkim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