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증시 급락에 개인투자자의 시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증시 하락에 대한 정부 대응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나온 데 이어 개인의 쪽박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반대매매 규모는 1천1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27일 851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증시 급락세가 이어졌던 최근 7거래일 동안 반대매매는 지난 23일 62억원, 24일 125억원, 25일 406억원, 26일 280억원, 29일 452억원으로 늘다가 전일 1천10억원까지 급증했다.

한 증권사의 고객 계좌에서는 30억원 규모의 깡통계좌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금에 신용을 더해 투자한 후 증시가 급락하자 원금 손실이 났고, 미수금까지 발생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증권사는 투자금을 빌려준 후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평가손실이 커질 경우 주식담보비율의 140% 밑으로 증거금이 줄어들면 해당 주식을 하한가에 매도해 강제로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30억원에서 30%만 떨어져도 9억원이 마이너스인데 여기에 신용을 더해서 투자금을 늘렸다면 시장이 급락할 때는 빚이 급격히 불어났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극단적인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아직 증시가 바닥은 아닌 거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투자금액이 큰 증시 투자자는 속락장에서 점점 불어나는 손실에 망연자실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처음에는 그랜저를 날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네시스"라며 한숨을 지었다.

전일 주가지수가 바닥권에서 반등했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은 한탄했다.

이미 깡통계좌로 반대매매를 당했거나 6거래일간 급락세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손절을 한 경우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의 학습효과로 버텨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급락 장세가 길어지면서 버티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지수 하락과정에서 저점 매수하는 동안 신용을 얹어 베팅하는 바람에 미수금이 발생한 개인투자자들은 꼼짝없이 반대매매를 맞았다.

개인투자자들은 "아직 하락세가 끝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에 불안하다", "단비같은 반등장에 두들겨 맞는 개미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증시 전문가들도 전일 반등에 하락 추세가 완전히 가셨다고 보기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의 경우 지난 10월24일 이후 1조4천억원 수준의 매도가 출회되면서 개인 신용 매물이 상당부분 소화됐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지지와 개인 신용매물 소화에 증시가 올랐지만 단기 반등하더라도 본격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여러 변수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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