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발 금리 인상과 주가 폭락 여파로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외국인들은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며 '셀코리아(Sell Korea)'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한때 2,000선까지 무너지는 잔혹사를 펼쳤다.

기업들의 실적은 비상등이 켜졌다. 3분기 실적시즌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우리 경제의 쌍두마차로 불리던 현대자동차는 '어닝쇼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충격적인 실적을 발표했다. 상장사들의 이익이 줄어들면서 우리 경제의 미래는 낙관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경제성장률은 2분기 연속 0%대에 머무르는 등 지속적인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두 개의 축인 수출과 내수 모두 앞날이 밝지 않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지갑이 얇아진 국민들은 소비를 줄이고 있다. 오직 부동산 시장에만 유동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시장과 실물경제를 막론하고 우리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양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적어도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면 실물경제도 그 여파로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과잉 유동성이 축소되는 가운데 일시적 충격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이처럼 대외변수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내수 경기마저 위축돼 있으나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유류세 인하를 비롯해 투자와 고용과 관련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제회복에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다줄지는 미지수다. 경제 상황이 이쯤되면 과감하고 선제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할 텐데 이번 대책은 종합적인 부양책이 아닌 임시방편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시 안정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금융시장 불안 예의주시,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 등을 언급하며 5천억원을 투입해 주가 하락을 막겠다는 말을 했으나 투자자들은 과연 큰 의미가 있는 대책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 제기되는 경제문제의 핵심은 우리 경제펀더멘털이 과연 위기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한지일 것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도 지금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과 대응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과연 생산성이 있는 구조로 짜여 있는지, 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자생적 힘을 보유하고 있는지 재점검해야할 것이다. 이것이 본질이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시장 불안, 실적 저하 등의 문제는 여기서 파생되는 현상일 뿐이다.

다만, 최근 일어나는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된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주식을 팔고 있으나, 리스크 측정의 기본척도인 환율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의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유념할 대목이다. 위기에 대비하는 자세는 필요하지만, 위기론을 과대포장하는 것도 우리 경제를 튼튼히 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할 것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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