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아파트 한채 사면 BMW 1대가 공짜."

이달 초 중국의 국경절(1일~7일) 연휴 기간 소셜미디어에서 눈길을 끌었던 헤드라인이다. 상하이 부동산 개발업체가 아파트 한 채를 사면 BMW 한대를 공짜로 주거나 20만 위안(약 3천300만원)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경절 연휴 기간에는 부동산 개발업체를 대상으로 한 시위도 2건이나 있었다.

매출 기준 최대 부동산업체인 벽계원(Country Garden)이 2개 도시에서 부동산 가격을 최대 30%까지 할인한다고 나서면서 기존에 제값을 주고 주택을 산 구매자들이 들고 일어선 것.

다른 부동산 개발사 항대집단(Evergrande Group)과 완커(Vanke) 역시 수요를 촉진하고자 프로모션에 나섰다.
 

<중국내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주택구매자들의 시위 모습. ※출처: The Epoch Times >

 

중국 부동산 시장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대지 경매 유찰이 급증하고 주택을 사려고 줄을 서는 행렬도 짧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9월과 10월은 '황금달(golden month)'로 특히 국경절 연휴 기간 1선도시를 중심으로 주택판매가 호황을 보인다.

그러나 9월부터 산발적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판매도 둔화하면서 3년간 호황을 지속한 시장이 본격적으로 조정을 받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구매 및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 제한 등 중국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대책이 효과를 보이는 데다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부 지방정부는 주택이 완공되기 전 판매하는 관행을 중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부동산시장 데이터뱅크인 중국지수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6일 사이 베이징에서 팔린 부동산 면적은 7천㎡에 그쳐 전년동기대비 19% 감소했다. 선전에서는 거래량이 49% 감소했다.

3선도시의 거래량은 전년동기대비 51.5% 급감했다.

부동산 조사업체 CRIC에 따르면 수요의 선행지표가 되는 면적기준 판매는 국경절 연휴 기간에 27% 감소했다.

9월에는 10% 증가했었다. CRIC는 30개 도시를 표본으로 삼았다.

노무라의 팅 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선과 4선 도시의 주택가격 하락압력이 특히 심하다. 이들 도시는 지난 2~3년간 부양책으로 주택가격이 올랐고 이제 고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센터라인 프라퍼티 에이전시의 장 다웨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도시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항저우 등과 같은 도시에서 가격 하락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일부 주요 도시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하이시의 9월 주택판매가격은 8월보다 3% 떨어졌고,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4% 하락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9월 중국 주택가격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8월까지 주택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9월 신규주택가격은 전달보다 1% 상승하는 것에 그쳐 8월의 1.5% 상승보다 둔화했다.

중국부동산정보의 양 커웨이 리서치디렉터는 "시장의 조정이 시작됐다"면서 "판매는 의심의 여지 없이 둔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용 주택 구매력의 병목 현상이 일부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2선 도시에서 주택건설업체들이 판매 속도를 늘리려고 대규모 할인에 나서고 있으며 토지 경매도 점점 더 많이 유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즈호증권의 앨런 진 부동산리서치 헤드도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가격 조정의 새 국면의 시작"이라면서 중국 100개 도시의 부동산가격 지수가 전년대비 2.7% 하락한 지난 2014년 때보다 하락세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격 상승에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 문제 등이 가격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헤드는 더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가 프로모션을 제공하면 투자자들의 우려는 더 빠른 속도로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큰 폭의 할인이 제시될 때 구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며 이는 거래량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DBS비커스의 캐롤 우 헤드는 "현재로서는 사람들이 중국의 경제전망에 매우 비관적이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부동산시장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3~4선 도시의 주택 할인율이 베이징이나 상하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면서 공급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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