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HSBC를 주축으로 한 글로벌 은행이 블록체인 무역금융 네트워크를 출범하기로 한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호주, 프랑스, 미국, 영국, 스페인, 독일 7개 국가의 HSBC, ANZ, BNP 파리바,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은행은 지난달 18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표준화된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판매동의서, 신용장, 통관 매입, 대금 청구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지금까지는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운송회사 등이 서로 다른 은행을 이용한 탓에 신용장 처리 절차가 평균 영업일수 기준으로 30일~90일이 소요됐지만, 이 네트워크를 통하면 실시간으로 처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국내 은행들의 블록체인 활용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에 참여해 자금이체, 고객확인 등의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과 관련한 실용적 컨소시엄이라기보다는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이나 금융 규제 등과 관련한 연구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례나 적용 가능한 기술 등과 관련해 컨소시엄 멤버 은행들에게 공유하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직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지난 12월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R3CEV를 탈퇴했고, 하나·우리은행도 재계약 시점에 탈퇴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나·우리은행은 현재 다시 참여를 연장하는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다.

이렇다보니 은행들은 개별적으로 디지털 금융의 일환으로서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그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은행권 최초로 '블록체인랩(Lab)'을 운영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비자(VISA) 네트워크와 블록체인 전문업체 기술을 활용해 기업간 송금업무를 수행하는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R3CEV에서는 해외 18개 은행과 함께 무역금융 서류를 블록체인 네트워크 저장해 업무 거래를 전산화시키는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두 프로젝트 모두 국내에서는 신한은행만 참여하고 있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은행들의 개별 혁신도 중요하지만 같은 네트워크 상에 있어야 블록체인을 공유해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서 "국내 신용장 방식의 무역거래 규모가 연간 1천282억 달러에 달하는만큼 은행들이 네트워크에 참여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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