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건설업지수가 급락하면서 연중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특히 이 지수는 14년 전 수준까지 떨어져 최근 실적 호조세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그동안 지수에 버팀목 역할을 하던 외국인이 주택 비수기에 맞춰 빠져나갈지 시장참가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연합인포맥스의 주식 업종·섹터지수 일별 추이(화면번호 3221)에 따르면 코스피 건설업지수는 지난달 말 97.27에 마감했다. 월말 기준으로 건설업지수가 100선을 밑돈 것은 2004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에만 22.78%가 급락한 결과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여파가 상당했지만,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낙폭이 유독 컸다. 건설업지수에 포함된 종목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현대건설 주가가 전월에만 30% 이상 떨어진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시가총액 5위 내 종목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그나마 대림산업의 7.99% 하락률이 가장 선방했다.

주가 급락 속에 투자자들의 활기까지 없어지는 점이 문제다.

지난달 건설업의 거래대금은 3조8천707억원가량이다. 7개월 만에 최저다. 코스피 건설업의 거래량은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다른 업종 대비 월등한 모습을 보이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버팀목 역할을 하던 외국인이 향방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건설업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2.5%다. 주가 급락 속에서도 외국인 순매도가 거의 나오지 않아 보유 비중이 전월보다 1.29%포인트 확대했다. 월별로 지난 1월 이후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시장참가자들 일부에서 국내 주택경기가 꺾이면서 외국인의 건설업 포지션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건설업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비중이 우리나라 주택경기가 활발할 때 본격적으로 높아진 과거 경험 때문이다.





지난 2012년부터 월별로 외국인의 건설업 비중이 22% 이상으로 올라온 적은 2014년 8월이다. 당시 국내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가 130대로 올라서며 주택경기 호황이 시작됐다. 이런 모습은 2016년 말까지 지속했다.

주택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심리는 작년부터 방향이 바뀌었고 올해 상반기까지 꾸준했다. 하반기 들어 반등했지만, 9·13 대책으로 심리 확산을 차단했다. 이에 맞춰 외국인도 비중을 점차 줄이는데 앞으로의 주택경기 우려를 외국인이 따라가느냐에 따라 건설업지수의 하단이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외국인 입장에서 플랜트나 토목 등 건설업 특정 부문에 투자한다고 하면 국내 건설사를 제외하고 글로벌 건설사와 시장 상황을 연계시킬 것이다"며 "국내 건설사들의 높은 주택 비중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건설사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국내 주택시장을 본다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도 높은 주택 관련 규제로 지방은 이미 침체기에 빠졌고 수도권도 공급확대 속에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시차를 두고 매도세를 강화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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