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뜨거웠던 호주 부동산 시장이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호주 주요 도시의 집값은 당국의 대응책을 필요로 할 만큼 가파른 속도로 올랐지만 이제 시장 과열은 옛말이 돼버렸다.

지난해 6월 호주 8개 대도시 주택 가격은 한 달 동안 1.8% 치솟았고 7월에는 1.5% 뛰었다.

당국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투자용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인상했지만 뛰는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공급 부족, 외국인 진입, 세제 혜택 등이 고공행진의 원인으로 꼽혔고 가격 상승은 생애 첫 주택 구매를 계획해 온 사람들의 강한 불만을 불러왔다.

호주의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호주중앙은행(RBA)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5%로 유지해 주택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호주 집값은 이내 무서운 속도로 추락했다.

작년 8월부터 꺾이기 시작한 집값은 11월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지난 10월까지 줄곧 곤두박질쳤다.

지난 10월 주요 8개 도시의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6% 낮아졌고 지난해 대비로는 4.6% 하락했다.

호주 전국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3.5% 밀리며 2012년 초 이후 가장 가파른 내리막을 걸었다.

핵심 시장인 시드니와 멜버른의 집값은 전달 대비 0.7%씩 빠졌고 작년 대비로 각각 7.4%와 4.7% 낮아졌다. 결국 시드니 주택 가격은 1990년 2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호주 대도시의 집값은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하락 중이다.

정부 규제가 시차를 두고 효과를 발휘하면서 투기 수요가 꺾이고 호황을 틈타 주택 건설이 늘어난 까닭에 공급 과잉 우려가 가시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금리를 올리고 시중 은행이 모기지 금리를 상향하는 등 금융 여건이 악화한 것도 집값을 짓누른 변수로 꼽힌다.
 

 

 

 


<호주 8대 도시 주택 가격 추이(9월 기준)>

◇ '상투 잡았나'…중앙은행도 집값 하락 인정

호주의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절정기에 아파트를 샀던 사람들은 손해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시드니 신축 아파트의 30%는 가격이 분양가 아래로 떨어졌다.

멜버른 신축 아파트 중 가격이 분양가를 밑도는 아파트는 28%로 집계됐다.

작년 말 대비로 시드니와 멜버른의 집값이 각각 4.1%와 4.4% 떨어진 영향을 받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상당수의 주택 구매자가 가격이 매수가 대비 낮아진 집에서 살게 됐다며 입주를 앞둔 주택 구매자들도 비슷한 처지라고 전했다.

코어로직은 부동산 호황기에 분양된 집들이 많다며 공급 증가와 가격 하락으로 잔금 납입에 어려움을 겪는 입주 예정자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하락으로 금융 기관이 담보대출을 예상보다 덜 내줄 수 있어 일부 구매자들이 잔금 납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코어로직은 경고했다.

주택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자 시장을 바라보는 RBA의 입장도 바뀌었다.

RBA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통화정책회의 이후 총재 명의로 공개하는 성명에서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집값이 대체로 올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시드니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완화하는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하기 시작했고 지난 3월부터는 시드니와 멜버른 주택 시장이 내려앉고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공개된 10월 정책회의 의사록에서 RBA는 앞서 강세를 보였던 시드니와 멜버른의 주택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RBA마저 호주 핵심 도시의 집값 하락을 인정해 주택 시장의 하락 추세는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확인되는 분위기다.

◇ 오르는 모기지 금리…시장 반등 난망

호주 주택 시장이 주요 도시 중심으로 가라앉는 가운데 당장 반등할만한 여지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았고 상승을 부추길 만한 환경도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호주 당국의 인식이 전환돼 규제를 철폐하고 부양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기엔 시기상조인 데다 금융 여건도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RBA가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동결하고 있으나 시중 은행들은 모기지 금리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은행의 금리 인상 폭이 가파르진 않지만 투자 심리에는 긍정적이지 않은 변화다.

공급 과잉도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까닭에 호주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AMP는 시드니와 멜버른의 집값이 고점 대비로 최대 20%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 증가와 은행의 대출 규제 강화가 주택 가격을 짓누르는 상황으로 집값이 2015년 상반기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AMP는 내다봤다.

코어로직의 팀 롤리스 리서치 헤드는 "분기 단위로 살펴보면 집값이 전국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며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이 보다 가파른 속도로 주저앉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가 건축허가를 줄이는 등 수급 조절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호주 통계청(ABS)은 지난 9월 주택건축허가 건수가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년 대비 14.1% 줄었다고 발표했다.

또 시드니와 멜버른 외 대도시 중에서 집값이 소폭 오르는 지역도 있으므로 당장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MP의 셰인 올리버 이코노미스트는 "집값이 떨어지자 부동산 폭락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지난 15년 동안 이런 우려가 반복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급등하거나 실업률이 높아지고 이민이 급격하게 줄어들지만 않으면 시장이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호주 5대 도시 기간별 주택 가격 변동률>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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