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빼면 상반기 투자 21% 감소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선진국형 저성장 진입에 정책실패 논란이 더해진 가운데 국내에서 투자부진이 이어지면서, 한국경제가 투자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면 자칫 일본형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한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투자의 재조명' 세미나에 발제를 통해 "한국경제가 장기 저성장 경로로 진입하고 있으며 잠재성장률이 점점 더 낮은 수준에 수렴하고 있다"며 "특히 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위험신호"라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가 감소하면 자본이 감소하고, 자본이 감소하면 노동생산성이 감소한다. 노동생산성이 감소하면 고용이 감소하고, 고용이 감소하면 자본 생산성이 감소하기 때문에 투자가 다시 감소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게 된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최근 투자부진의 원인으로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과 노동시간의 강제적 감축,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화, 법인세 인상 등 자본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잠식하는 조치, 정책책임자들의 안이한 경제인식과 운용 등을 꼽았다.

그는 일본형 장기침체의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신용경색으로 인한 투자 및 소비 위축과 같은 금융가설에 따른 일본형 장기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실물가설에 의한 장기침체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고도성장기의 나쁜 제도와 관행이 대부분 유지되는 가운데 위정자들의 경제인식도 안이한 상황"이라며 "최근 부동산시장과 가상화폐시장에 대한 개입방식은 정부의 시장 인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자본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정책을 무모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현재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 혁파, 노동과 교육의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정책 보완도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고,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피해 보는 사람을 위한 선진국형 사회안전망과 복지의 확충도 보완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토론자료를 통해 "투자부진은 한국경제 미래를 가늠하는 최대의 현안으로, 특히 설비투자는 현재 생산뿐 아니라 미래의 생산능력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며 "2000년, 2002년, 2007년 등 과거의 경기 부진도 설비투자를 시작으로 GDP가 궤를 같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에서 "투자는 그 자체로 성장을 이끌 뿐 아니라 미래 생산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투자의 주축인 30대 기업의 올 상반기 투자가 34%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21% 줄었고,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산업의 투자 위축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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