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올해 들어 은행권의 기술금융 대출 규모가 잔액 기준으로 15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양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의 이용률은 여전히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은행들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56조9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잔액 규모가 150조 원을 넘어선 이후에도 기술신용대출 시장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기술신용대출 순증액은 15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조1천억 원보다 24.0% 증가했다.

기술금융은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보증·대출·투자 등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 2014년 이 제도를 도입한 금융위원회는 별도의 기술금융 평가를 실시해 매년 상·하반기에 대형은행과 소형은행별로 1·2위를 발표한다.

우수 은행에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낸 보증 출연료를 차감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신용대출 시장의 양적 성장에도 실제 중소기업 현장의 기술금융 이용률은 여전히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IBK경제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2018년 중소기업 금융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기술금융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중소기업은 2.6%(업체 수 기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기술금융을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한 적이 있다고 밝힌 중소기업은 2.7%에 그쳤다.

이번 설문조사는 5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처럼 기술신용대출 시장의 양적 성장과 중소기업 이용률 저조라는 모순된 상황이 공존하는 이유는 기술금융 규모만 늘리기에 급급한 은행들의 관행 때문이다.

은행들은 기존 일반 중소기업 대출 거래 기업을 기술금융에 편입시키거나 기술신용대출에 담보·보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출 규모를 급격히 늘려왔다.

그 결과 기술신용대출 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성장해왔지만, 신규 자금 조달에 기술금융을 활용하는 중소기업 수는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기술신용대출을 내준 기업들을 조사해보면 기존 거래 기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일부 은행은 90% 이상이 기존 거래 기업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기술금융이 도입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아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도 개선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기술금융 이용 기업 중 초기기업 비중이 47.3%로 전년 동기 42.4%보다 크게 늘었다"며 "혁신창업기업 중점 지원이란 기술금융의 취지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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