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국내 면세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급 측면에서 과점시장에서 완전경쟁시장으로 바뀌었다. 수요 측면에서는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중심에서 따이공(중국 보따리상) 중심이 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 면세시장의 '빅2'(롯데·신라)는 '빅3'(롯데·신라·신세계)로 재편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패러다임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업체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면세시장, 과점시장에서 완전경쟁시장으로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면세시장은 공급 측면에서 과점시장에서 완전경쟁시장으로 변했다. 과거 면세산업은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등 빅2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과점시장이었으나, 지난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된 이후 신세계, 현대백화점, 두산, 한화 등 신규 사업자가 대거 등장했다.

관세법 개정 전 면세점 특허기간은 10년이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동 갱신됐다. 2013년 개정안에서는 특허기간을 5년으로 단축했다. 대기업사업자의 자동갱신제도도 폐지했다. 2015년 이후 다수 사업자가 특허권 신청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서울 시내면세점은 2014년 6개에서 연말 13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증가에 따른 경쟁심화도 이어질 전망이다.

◇ 유커에서 따이공 중심으로 수요도 변화

수요측면에서 면세시장은 유커 중심에서 따이공 중심으로 변했다.

국내 면세시장은 크게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으로 구분된다. 비중은 7대 3이다. 업계의 주된 수익원인 시내면세점의 경우 2016년까지 매출의 70~80%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발생했다.

소비성향이 높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증가로 면세시장도 성장했다. 이를 노리고 다수 사업자가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 이후 유커가 급감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417만명으로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면세업계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

지난해 유커가 급감하면서 면세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해 면세시장 규모는 128억달러로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유커가 비운 자리를 따이공이 대체하면서 인당 구매액이 증가한 결과다.

실제로 사드사태 이슈로 한국면세점 쇼핑이 어려워지자 중국 현지에서는 따이공과 웨이상 등으로부터 면세품을 구매하는 풍조가 확산됐다.

따이공은 주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면세품 등을 구입한 뒤 웨이상에게 공급하거나 개인 네트워크 채널에서 판매한다.

웨이상이란 웨이신(위챗), 웨이보, 모모 등 모바일 네트워크나 알리바바 등 대형 온라인업체에 채널을 개설하고 수입한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따이공의 구매 증가로 면세업계는 매출액을 유지했다. 그러나 작년 면세업체는 대부분 영업적자를 보였다. 따이공 유치를 위해 구매금액별로 할인율 5~30%를 적용한 탓이다. 따이공을 유치하는 여행사에 모객 수수료를 지급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로 업계 재편

이 같은 면세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로 호텔롯데·호텔신라 등 '빅2' 구도는 호텔롯데·호텔신라·신세계DF 등 '빅3' 구도로 재편됐다.

지난 2016년 면세시장에서 호텔롯데(48.7%), 호텔신라(27.7%) 등 빅2가 점유율 76.4%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면세시장에서는 호텔롯데(40.6%), 호텔신라(27.6%), 신세계DF(13.8%) 등 빅3가 82%를 차지했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면세업계는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런 패러다임에 얼마나 적절히 대응하는지에 따라 업체의 실적과 신용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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