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9%에서 2.7%로 내려

"투자 부진이 성장률 전망치 낮춘 가장 큰 요인"

"경기 정점 지나 성장세 둔화 가시화"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 둔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제시했다.

투자와 고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소비 둔화에 따른 내부부진에 더해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질 것으로 보이는 등 경기가 정점을 찍고 본격적으로 꺾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미중간 무역갈등이 지속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등 대외적 요인도 경기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봤다.

KDI는 6일 발표한 '2018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와 2.6%로 예측했다.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9%와 2.7%에서 각각 0.2%포인트(p)와 0.1%p 낮춘 것이다.

특히 내년 전망치의 경우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2018∼2019 경제전망'에서 하향 조정해 발표한 2.7%보다도 더 낮다.

올해 2.7% 성장에 그치더라도 내년에는 2.8%로 올라갈 것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보다도 비관적이다.

내년에 2.6% 수준의 성장에 그칠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과는 같다.

KDI가 내년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이라고 본 것은 사실상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이 제시한 2016∼2020년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8∼2.9% 수준이다.

경제 투톱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그간 경제가 어렵다면서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견주더라도 내년에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KDI가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전망은 정부가 매년 12월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 작성에 상당 부분 참고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예측도 비관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매우 크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가 거의 정점을 지나면서 하방 위험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며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 가시화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부진 심각히 우려…성장률 0.5%p 낮추는 효과"

KDI는 제조업 성장이 둔화하고 서비스업 개선 추세도 완만한 가운데 건설업 부진이 지속하면서 성장세가 점차 약화하고 있다고 현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경상성장률의 경우도 최근 추세에 비해 낮아진 상태이고, 교역조건 악화 등에 따라 국내 총소득의 증가세도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투자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소비 증가세도 완만해지면서 내수 성장세가 둔화하는 등 수요 측면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수요 측면에서 나타나는 부문 간 불균형이 산업별 경기의 차별화가 심화하는 요인이라고도 했다.

즉 반도체 호황에 수출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성장세가 약화하면서 결국 최악의 고용 부진을 초래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에는 수출 증가세도 점차 완만해져 성장세가 더욱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현욱 실장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0.1%p 낮췄지만, 올해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것을 고려하면 0.2∼0.3% 정도 떨어진 느낌이 들 수 있다"며 하향 조정에 따른 실제 체감도는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이유로 "수출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가운데 투자가 부진하다는 게 걱정거리이자 전망을 낮춘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설투자는 내년에도 부진한 모습이 지속할 것이고, 설비투자는 기저효과를 만회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설비투자가 지속해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 올해와 내년 경기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가장 큰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KDI가 제시한 올해와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각각 -1.8%와 1.3%다. 내년에 플러스로 돌아서더라도 증가 폭은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해 -3.6%, 내년 -3.4%로 제시했고, 지식재산생산물투자까지 고려한 총고정투자는 올해 -1.9%, 내년 -1.0%로 전망했다.

김현욱 실장은 "성장 기여도 측면에서 보면 0.5%p 정도의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를 줄 정도로 투자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경기 둔화를 가속하는 변수들도 만만치 않아

KDI는 향후 경기를 전망할 때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거나 미국의 금리 인상 과정에서 기초 여건이 튼실하지 못한 일부 신흥국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한다면 세계 경제 성장세와 교역량 증가세가 예상을 밑돌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거나 중국 경제의 추격으로 주력 수출 품목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경우 교역조건 악화와 수출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우리 경제가 예상을 더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김현욱 실장은 "우리가 제시한 성장률은 다양한 상하방 위험을 고려한 중간치를 말한 것인데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KDI는 특히 미중간 무역갈등이 장기화한다면 세계 교역량 증가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리라 전망했다.

대내적으로는 시장금리가 빠르게 급등할 경우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금리 급등으로 자산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한계가구의 부채상환능력도 급격히 저하되면서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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