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올해 국내증시 상장 주관사에서 외국계 증권사가 힘을 쓰지 못했다. 코스닥 중심의 소형사 위주로 기업공개(IPO)가 이뤄진 탓이다.

7일 연합인포맥스 증권사별 IPO/유상증자(화면번호 8418)에 따르면 올해 외국계증권사가 참여한 IPO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지난 달 31일 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 리츠 신규상장을 공동주관하는 청구서를 거래소에 접수한 것이 유일하다.

1조7천억원대 공모를 하는 대규모 상장이다. 상장 대표주관사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 인수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노무라증권, 다이와증권으로 다수의 증권사가 참여한다.

하지만 현재 청구서 접수 단계여서 상장일정은 내년으로 넘어가 사실상 올해 외국계 증권사가 주관하는 IPO는 전멸인 상태다.

지난해 아이엔지생명 상장에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나란히 참여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에 UBS, 넷마블게임즈 상장에 제이피모간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대어급 상장이 대부분 철회되거나 내년으로 미뤄진 영향이 컸다.

특히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미래에셋대우가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던 SK루브리컨츠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대어급이 귀해졌다. 이후 코스닥 대어급이던 카카오게임즈도 상장을 철회했다.

외국계증권사가 부진했던 만큼 국내 증권사들의 상장 실적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11월6일 기준 상장 기업수로 보면 대신증권이 8건, 미래에셋대우가 6건, 한국투자증권이 6건, NH투자증권과 KB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가 각각 4건을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가 3건, 삼성증권과 신영증권, 한화증권, DB금융투자가 각각 2건, 유안타증권, SK증권, IBK증권은 1건씩을 진행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16건, 미래에셋대우 14건 등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보면 국내사 실적도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그나마 대신증권이 지난해 6건에서 올해 8건으로 많아졌다.

증권사 IPO 담당 임원들도 올해 대어급 상장이 지연되면서 여건이 좋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닥 시장에서 열풍이 일었던 바이오와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은 성공적인 상장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중국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여파가 이어진데다 미중 무역갈등이 예기치 않게 심해지면서 증권사의 실적 예측은 빗나갔다.

한 증권사 임원은 "외국계 기업은 시총 1조원을 넘지 않으면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국내에서 상장된 1천억~2천억원대 코스닥 기업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 외국계 증권사의 국내 주식발행(ECM) 영업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는 시장이 받쳐준다면 대어급 상장이 지연된 부분이 해소될 수 있겠지만 증시 침체로 기존 주식이 신주 가격보다 싸면 투자가 줄어들 수도 있다"며 "틈새 주식인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과 점점 커지고 있는 리츠시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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