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채권시장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영향력이 작아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KDI가 경기를 고려해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해서다.

7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KDI는 전일 경제전망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급등이나 일부 금융시장의 신용리스크 증대 등 미시적 불안요인에 기준금리 인상보다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미시적 정책수단을 우선 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수차례 금리 인상 논거로 언급한 금융 불균형 위험에 금리 대응은 적절치 않다고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KDI의 의견 개진에도 채권시장은 약세를 이어갔다.

3년 국채선물은 전일 4틱 하락했고, 국고채 3년과 통안채 1년 등 단기 금리도 소폭 올랐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어제 오후 KDI 경제전망 발표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주목하는 참가자는 거의 없었다"며 "실제 공개 후 영향도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KDI의 통화정책 관련 발언에 시장이 강세를 나타낸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작년 12월, KDI 관계자는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좀 이른 판단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이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됨에 따라 당일 3년 국채선물은 8틱 올랐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KDI의 파급력이 줄어든 이유를 통화정책 관련 정부 기조에서 찾았다.

과거에는 KDI 주장에 정부 의견이 깔렸을 것이란 판단에 시장이 반응했지만, 정부가 이미 금리 인상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현시점에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여러 관계자 발언을 통해 정부가 금리 인상을 원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더는 KDI의 금리동결 주장이 정부 입장을 대변한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경기 하강 등 KDI의 경제 판단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는 점도 영향이 크지 않은 이유로 꼽혔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움직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확실한 건 한은이 금리를 올리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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