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B손해보험이 출범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한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 등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보험사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보는 최근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면서 다음 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연내 마무리하는 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KB손보 사측이 희망퇴직을 공식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손보 노사는 KB금융지주가 2015년 LIG손해보험을 인수할 당시 향후 5년간 희망퇴직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노사가 합의할 경우엔 가능하다.

KB손보 임직원은 올 상반기 기준 3천296명으로 업계 4위 규모다. 합병 이후 구조조정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못하면서 3년 전(3천283명)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직원 수는 오히려 45명 늘어났다.

KB손보는 고직급·고연령 직원이 많은 전형적인 항아리 구조로 인사 적체를 해결하고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희망퇴직은 필수적이라는 게 사측 입장이다.

실제 희망퇴직을 원하는 직원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B손보 노조는 희망퇴직이 결국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KB노조 관계자는 "임단협을 통해 사측과 이견 조율을 하는 과정"이라며 "희망퇴직 취지가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고 사측이 제시한 조건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안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118명을 확정, 지난달 말 퇴사 처리했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근속 7년 이상의 40세 이상 혹은 50세 직원 및 만 12년 이상 근속자 등으로 최소 30개월에서 최대 40개월 치 월급을 받는 조건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인건비 감축을 위한 것으로 미래에셋생명은 약 100억 원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도 최근 근속 2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공로휴직 신청을 받았다. 공로휴직은 기본급만 받고 6개월 또는 1년간 휴직하는 제도로 긴축경영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 시 지급여력비율(RBC) 하락이 불가피하고,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로 즉시연금·암 보험금 지급이 증가하면서 대형사들도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보험사 구조조정은 올 연말까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KDB생명은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해 추가 감원 가능성이 크고, 대만 푸본생명 품으로 넘어간 푸본현대생명도 지속해서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

한 보험사 임원은 "자본확충 부담뿐 아니라 각종 정책 이슈 등으로 보험금 지급액이 많이 늘어나면서 직원뿐 아니라 설계사 수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장 빠른 긴축경영은 구조조정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