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금융위원회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위반한 금융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의 중요성이 커진 데 따라 이를 금융회사에 권고하던 위주에서 강제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가 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자금세탁방지제도 관련 금전적 제재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위반한 금융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과태료의 상한을 높여 금전적인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위반한 금융회사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 상한이 1천만 원에 불과하다.

부당이득 환수의 성격이 있어 과태료보다 규모가 큰 과징금도 부과할 수 없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위반한 금융회사에 대한 금전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이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결과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데 참고할 예정이다.

금융위가 이처럼 금융회사의 자금세탁방지 이행 수준을 높이려는 것은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최근 금융권의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 뉴욕지점은 지난해 12월 뉴욕금융청(DFS)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미흡을 이유로 과태료 약 118억 원을 부과받았다.

이전에도 IBK기업은행이 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CBI)의 원화 결제계좌에서 2012년 위장거래로 거액이 빠져나간 정황이 발견돼 미국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올해는 경남은행이 북한산 선철 수입업체와 신용장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고, 국내 주요 은행들이 지난달 미국 재무부로부터 대북제재를 준수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급기야 미국 정부가 국내 은행에 대해 세컨더리 제재(Secondary Boycott)를 추진하고 있다는 풍문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면서 금융위가 이를 허위라고 밝히고 유포할 경우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위반한 금융회사에 대한 금전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금융위의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정책 기조가 권고 위주에서 강제로 방점이 옮겨가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매년 전 금융회사의 자금세탁방지 이행 수준을 종합 평가하고 이를 잘 갖춘 금융회사를 표창했다.

또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 금융회사에는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정비를 권고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태료는 행정상의 벌금이지만 과징금은 법을 위반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부과하는 것이라 규모가 훨씬 클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처럼 위반금액의 일정 부분을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에 따른 과징금으로 부과할 경우 금융회사가 느끼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