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최근 월가에서 부쩍 자주 오르내리는 금융용어는 IOER(초과지급준비금리·Interest on Excess Reservers)이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것도 IOER이다. 이번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IOER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당초 이달 FOMC 회의는 중간선거에 가린 데다, 올해 한 번 더 시행될 기준금리 인상이 11월에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서 주목도가 떨어졌었다.

지난 9월 FOMC 회의에서 25bp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IOER을 연방기금금리보다 덜 올린 것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통화정책으로 불리는 IOER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지, 이번달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생겼다.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는 올해 연준의 3번 인상으로 현재 2.00~2.25bp다.

그런데 미국 은행 간 초단기 자금 대차거래의 핵심 지표인 실효연방기금금리(EFFR)가 최근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2.20%로 올랐다. 각종 금리를 조절하는 기준금리 밴드 상단에 불과 5bp 차이로 붙어버린 것이다.

기준금리 중간 정도에 형성됐던 EFFR이 이제는 상단을 뚫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물론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IOER이 주목받았던 지난 6월에도 FOMC 회의 직전 EFFR은 정책금리 상단에서 5bp 아래로 바짝 상승했다.

이에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25bp 올렸지만 IOER은 20bp만 인상했다. 차별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1.75~2.00%, 기준금리 상단으로 여겨지는 IOER은 1.95%로 달라졌다.

파월 의장의 "IOER을 연방기금금리보다 덜 올린 것은 성공적이었다"는 회상도 이 때를 가리킨다.

9월에는 25bp씩 같이 올려 현재 기준금리는 2.00~2.25%, IOER은 2.20%다.

IOER은 말 그대로 초과지금준비금에 주는 이자를 말한다.

시중은행은 반드시 연방준비계정에 보증금으로 현금을 넣어둬야 하는데, 이를 지급준비금이라고 한다. 은행들은 연준이 요구하는 그 이상으로 보관하는 돈을 초과지급준비금이라고 한다.

초과지급준비금은 2008년을 기점으로 폭증했다. 연준이 양적완화로 대표되는 통화 완화정책을 폈던 때다.

원래 초과지급준비금에 주는 이자는 없었지만,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자를 주기 시작했다. 시중은행들은 위험을 떠안고 대출을 하느니 보다 안정적인 연준 계좌에 돈을 넣어두기로 한다.

연준 입장에서는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통화정책 수단을 쥔 셈이다.

이번에도 연준은 IOER를 조절해 뛰는 EFFR을 잡으려 할 수 있다.

물론 최근 EFFR 상승에는 지금준비금 부족이 아닌 단기국채 발행 확대이라는 기술적인 배경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재무부의 국채발행 규모가 늘어났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기간 부담이 있는 장기물보다는 단기물 발행이 훨씬 늘었다.

단기 국채 발행이 늘어나니 레포 금리가 상승하면서 EFFR을 좌우하는 큰 손인 정부보증기관 연방홈론뱅크가 레포를 투자 대안으로 고려하게 됐다. 당연히 큰 수요를 빼앗기게 된 EFFR은 연방홈론뱅크의 입김, 즉 가격협상력이 강해져 금리가 계속 오르는 구조가 됐다.

문제는 EFFR이 기준금리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의 금리통제 능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어 연준의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다.

월가 IB들은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올리면서 IOER은 20bp만 인상하는 기술적 조정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앞서 IOER 조정과 같은 기술적 조정은 기준금리 인상이 있는 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EFFR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면 11월 FOMC에서 조기에 조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에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인상 카드가 없으니 IOER을 5bp 내리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IOER은 2.15%가 된다.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 정상화 와중에 주요 정책금리를 5bp 낮추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FOMC는 시작됐고, 연준의 해법이 궁금해진다.(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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