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근원물가는 글로벌 요인과 국내 요인보다는 정부정책 등 기타요인에 따라 상승률이 상당 폭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분기 1.3%에서 2분기 1.5%, 3분기 1.6%로 높아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1.3%, 1.3%, 1.0%로 낮아졌다.
한국은행은 필립스곡선 모형을 활용한 결과, 올해 1∼9월 글로벌 요인의 근원물가에 대한 기여도는 지난해와 같은 0%포인트(p)였다고 판단했다.
국제유가가 크게 뛰고 비에너지 수입물가의 오름폭이 확대됐지만, 올해 상반기 달러-원 환율이 낮아진 영향에 전체적인 기여도는 제한적이었다.
국내 요인의 기여도는 1.6%p였다. 지난해 1.4%p에서 0.1%p 높아졌지만 크기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은은 판단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갭률의 기여도가 조금 올랐다.
글로벌 및 국내 요인을 뺀 기타요인의 기여도는 지난해 0.1%p에서 올해 1∼9월 마이너스(-) 0.4%p로 많이 감소했다.
무상교육 확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요인이 반영됐다.
한은은 동태적 요인 모형을 이용한 결과에서도 최근 특이요인의 설명력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근원물가 동향을 품목별로 보면, 관리물가를 제외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2.5%에서 올해 1∼9월 2.7%로 상승률이 커졌고, 상품물가 상승률은 둔화(0.5→0.3%)했다.
집세와 공공서비스물가 상승률은 각각 1.6%와 1.0%에서 0.8%와 마이너스(-) 0.2%로 하락했다.
개인서비스물가(관리물가 제외) 상승률이 커진 것은 민간소비 증가세와 임금 상승 폭이 확대했기 때문이다.
상품물가는 글로벌 경쟁 심화, 온라인거래 활성화 등 구조적 요인이 물가상승을 제약하는 가운데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원화절상 등이 물가 상승률에 하락 요인이 됐다.
집세는 입주물량 증가 및 일부 지역의 주택경기 부진 등에 상승세가 둔화했다.
공공서비스 물가는 정부의 교육·의료 등 복지정책 강화의 영향으로 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다.
한은은 올해 주요국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커졌다며, 공공서비스 기여도가 낮은 우리나라와 비교했다.
미국 근원물가 상승률은 작년 1.8%에서 올해 2.1%로 올랐다.
집세의 기여도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상품과 개인서비스, 공공서비스 물가 등 대부분 품목의 기여도가 높아졌다.
유로 지역은 대부분의 품목이 지난해와 비슷한 기여도를 보이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1.0%를 나타냈다.
일본은 상품과 개인서비스, 집세의 기여도가 조금 오르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0.1%에서 올해 0.2%로 확대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는 수요 측 물가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등 품목별 특이요인의 영향이 커진 데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근원물가 상황을 점검해 나감에 있어 거시적 요인과 품목별 특이요인의 전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ddkim@yna.co.kr
(끝)
김대도 기자
dd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