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영국과 스웨덴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아닌 지역의 집값은 규제 정책이 효과를 보면서 상승세가 둔화했거나 꺾인 반면 유로존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억제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UBS가 세계 주요 20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부동산거품지수(GREBI)에서 거품 위험이 큰 상위 10개 도시 가운데 6개 도시가 유럽에 속했다. 이 가운데 독일 뮌헨은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거품 위험이 큰 지역으로 지목됐으며 암스테르담(5위)과 파리(8위), 프랑크푸르트(10위) 등 유로존 주요 도시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나머지 거품 위험이 큰 유럽 도시는 런던(6위)과 스톡홀름(7위)이다.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가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유로존의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나 뛰었으며 전분기와 비교해도 1.4% 상승했다. 국가별로는 전년대비 아일랜드가 12.6%, 포르투갈이 11.2% 뛰면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유로존 주택가격 변화 추이. 출처: 유럽연합 통계국>

유로존 핵심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전년 대비 각각 1.3%와 0.9% 상승했지만 주요 도시별로 보면 상승폭은 훨씬 컸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가 지난 4월 발표한 '글로벌 주거 도시 지수' 보고서를 보면 베를린의 경우 지난해 주택 가격이 20.5% 상승해 조사 대상 150개 도시 가운데 1위에 올랐다.

독일 함부르크가 14.1%로 7위, 뮌헨이 13.8%로 8위, 프랑크푸르트는 13.4%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위 가운데 독일 주요 도시가 4곳이나 포함될 만큼 독일의 집값 상승세가 무서웠던 것이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독일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은 적정 가격 대비 15~30% 과대평가됐다며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등에선 편차가 최대 35%에 이른다고 우려했다. 독일 내 임대료도 지난해 독일 평균적으로 7.25% 올랐지만 뮌헨 같은 주요 도시에선 9.25% 상승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파리의 경우도 올해 2분기(4~6월) 평균 집값이 전년 동기 대비 7.1% 급등했다고 프랑스 언론 르푸앙이 보도했다.

런던 등 비 유로존 도시와 달리 유로존 주요 도시의 집값이 좀처럼 억제되지 않는 것은 기준금리가 여전히 초저금리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란은행(BOE)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75%로 25bp 인상한 데 이어 앞으로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아직도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내년 여름 이후에나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로존 부동산 투자자들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출액 상당수를 무이자로 지원한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독일은 탄탄한 경제성장세와 브렉시트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면서 유입된 외부 인력이 집값을 밀어 올린 점도 있다.

유로존 규제 당국은 이처럼 날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도입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지난 9월 독일 법무부는 신규로 임대할 때 기존 임대인이 임대료로 얼마를 지불했는지, 또 재단장이 임대료 상승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앞서 2015년 날뛰는 임대료와 집값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바 있다. 지역 평균 임대료의 10%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었지만 임대료가 잡히지 않아 독일 정부는 추가 규제에 나선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임대료 상한제의 재도입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 또한 논란이다.

지난 2014년 프랑스 28개 도시에 한해 임대료 상한제가 도입됐고 파리와 릴에서 이 정책이 실시됐으나 지난해 10월 법원이 이를 무효화하며 막아섰다. 파리시는 저소득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를 재도입하려 하지만 오히려 임대 아파트의 공급 물량을 막아 버리고 부동산 시장을 경직시키는 부작용이 크다는 반론도 많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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