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해외투자 자산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통화를 활용해 환율 변동 위험을 제어하는 프락시(대체) 환 헤지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9일 '대만 답사기-환 헤지 감 잡기'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보험사들이 프락시 헤지에 관해 관심이 많지만, 환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고 있는 프락시 헤지는 달러 표시 채권을 사고, 환 헤지는 유로화 또는 스웨덴 크로네 등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달러-원 현물환을 통해 미국 국채를 사면서 달러-원 선물환을 팔아놓지 않고, 유로-원 선물환을 매도하는 경우다.

이는 환 헤지 비용을 뜻하는 외환(FX) 스와프 포인트 측면에서 유로-원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가능한 전략이다.

대만의 경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프락시 헤지가 사용됐지만, 이후에는 점점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뀌었다고 전 연구원은 전했다.

대만 1위 생보사 푸본 생명의 환 포지션을 보면, 2005년∼2008년에는 바스켓 헤지 포지션이었다.

대만 달러와 비슷하게 움직이면서도 FX 스와프 포인트가 플러스(+)였던 원화와 싱가포르 달러, 태국 바트화를 바스켓으로 구성해 헤지 포지션을 구축했다고 한다.

이런 헤지 방식은 해당국의 통화가 플러스 스와프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 자국 통화보다 강세여야 유리하다고 전 연구원은 설명했다.

스와프 포인트가 플러스 영역에 있으면 환 헤지 과정에서 비용 대신 수익이 생기는 데다, 프락시 통화가 자국 통화보다 약세면 헤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 연구원은 "2008년까지 대만 생보사는 달러-대만 달러로 달러 자산을 산 뒤, 달러-원 등으로 헤지하는 경우였다"며 "결국 헤지 통화에 대한 롱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과 같다"고 판단했다.

그는 "FX 스와프가 플러스에 있기 때문에 프락시를 이용할 수 있지만, 결국 다른 환 포지션이 만들어진다"며 "바스켓 구성에 상당히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승지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만 생명보험사(생보사)들의 해외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보사의 총투자 자산 중 포모사 채권(대만에서 발행하는 외화채권)을 포함한 해외투자 비중은 2008년 30% 수준에서 올해 8월 67%까지 뛰었다.

해외투자 중 채권은 80∼90%, 주식은 10∼20% 수준이었다. 선진국과 신흥국 비중은 60∼70%, 20∼30% 정도로 나뉘었다. 생보사의 환 헤지 비율은 70∼80%다.

대형 생보사들은 비교적 큰 외환 팀을 구성해 전체 해외투자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커런시 오버레이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전체 외환 포지션을 관리하는 모델은 있었지만, 환율 방향성 전망을 위한 모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고 전 연구원은 전했다.

전 연구원은 "국내 생보사의 자산은 늘어나고 있지만, 저금리와 상대적으로 협소한 우리 채권시장 등을 고려하면 해외투자는 불가피하다"며 "금융당국의 현실적인 환 헤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만 국민 자산의 상당 부분이 생보사에 있고, 외환시장이 폐쇄적이라는 점에서 대만 상황을 우리 금융시장에 완전히 대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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