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리스 비중 큰 탓"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리스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유통, 항공, 해운업계는 다른 업계보다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업계의 운용리스 이용규모가 큰 탓이다.

◇ 롯데쇼핑·홈플러스, 부채비율 큰 폭 상승…S&LB 비중 높은 탓

유통업계 관계자는 9일 세일앤리스백(S&LB)을 지속해온 롯데쇼핑과 홈플러스의 재무지표가 리스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악화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롯데쇼핑은 인수·합병(M&A) 등 지속된 투자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S&LB를 해왔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롯데쇼핑 매장 중에서 S&LB 비중은 13%, 자가 49%, 임차(일부 임차 포함) 38%다. 홈플러스는 S&LB 18%, 자가 55%, 임차 27%다.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은 자가와 임차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자가 82%, 임차 18%다. 현대백화점은 자가 42%, 임차 58%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S&LB 비중이 큰 롯데쇼핑과 홈플러스만큼은 아니지만 현대백화점과 이마트도 리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면서 "장기 임차를 운용리스로 회계처리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말 기준 롯데쇼핑 부채비율은 109%에서 169%로 상승할 전망이다. 차입금의존도는 27%에서 44%로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의 경우 부채비율은 70%에서 114%, 차입금의존도는 13%에서 31%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 부채비율은 83%에서 100%, 차입금의존도는 23%에서 29%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47%, 9%에서 52%, 13%로 상승할 전망이다.

롯데쇼핑, 이마트, 현대백화점은 연결기준, 홈플러스는 개별기준이다.

같은 기준으로 영업이익 증가 폭은 S&LB 비중이 큰 롯데쇼핑과 홈플러스가 클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1천200억~1천700억원, 홈플러스는 1천500억~1천9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이마트는 평균 2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 증가 폭은 100억원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 아시아나항공·LCC, 운용리스 비중 높아

항공업계는 항공기를 도입할 때 리스를 활용해 자금부담을 낮춘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항공업계는 리스 비중이 높은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대한항공 항공기 중에서 운용리스 비중은 17%다. 금융리스는 49%, 소유는 34%다. 아시아나항공의 운용리스 비중은 61%다. 금융리스는 26%, 소유는 13%다.

운용리스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이 회계기준 변경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대한항공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654%와 61% 정도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598%, 48%다.

회계기준 변경 이후 대한항공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48%포인트, 2%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03%포인트, 12%포인트 올라간다.

손익계산서에서는 올해 상반기 말 별도기준 대한항공은 향후 9년간 연평균 44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향후 8년간 연평균 75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된다.

저비용항공사(LCC)도 대부분 항공기를 운용리스로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국내 LCC 중에서 항공기를 직접 구매한 곳은 없다. 모두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로 항공기를 사용하고 있다. 제주항공만 올해 하반기 항공기 3대를 직접 구매했다.

이에 따라 리스 회계기준 변경 이후 LCC의 차입금의존도는 25~50%포인트, 부채비율은 90~290%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말, 티웨이항공은 올해 3월 말,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올해 6월 말 기준이다. 모두 별도기준이다.

같은 기준으로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제주항공은 연평균 140억원, 진에어는 9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 해운사 중 컨테이너선사, 재무지표 변화 크다

해운사들은 선박 도입 시 리스를 많이 활용한다. 특히 현대상선과 흥아해운 등 컨테이너선사가 운용리스 비중이 높다. 이들 회사가 중장기 기간용선(TC)이나 나용선(BBC) 방식으로 선박을 도입해 노선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TC와 BBC 방식은 현행 리스 회계기준에서 운용리스로 인식된다.

한국금융연수원 해양금융실무에 따르면 TC는 일정 기간 선박을 빌리고 그 대가로 용선료를 지불하는 계약이다. BBC는 선주가 선박 소유권을 제외한 모든 운영권을 용선자에게 이전하는 계약이다.

반면 팬오션, 대한해운, 폴라리스쉬핑, 에이치라인해운, SK해운 등 벌크선사는 장기운송계약을 위한 선박을 대부분 금융리스나 자가로 확보하고 있다.

실제 운용리스 비중은 현대상선 77%, 흥아해운 27%, 팬오션 16%, 대한해운 21%, 폴라리스쉬핑 3%, 에이치라인해운 12%, SK해운 13%다. 현대상선과 팬오션, 에이치라인해운은 올해 9월 말, 폴라리스쉬핑은 올해 8월 말, 대한해운과 SK해운은 올해 5월 말, 흥아해운은 올해 3월 말 기준이다.

따라서 리스 회계기준 변경으로 컨테이너선사가 벌크선사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별도기준 현대상선 부채비율은 269%에서 583%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입금의존도는 55%에서 76%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서 현대상선이 지난달 발행한 1조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은 반영되지 않았다.

영업이익 증가 효과도 현대상선이 가장 클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향후 8년간 연평균 1천500억원의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해운사는 연평균 5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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