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홍남기 전 국무조정실장이 9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정부 내 경제팀을 이끌 '원팀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됐다.

홍남기 후보자는 이날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경제는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끌고 가야 한다"며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팀을 구성하는 주요 부처 장관급 또는 청와대 고위 인사들의 행정고시 기수가 홍 후보자보다 높은 경우가 적지 않아 정책 조정 과정에서 엇박자가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정책 입안과 집행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해야 하는 청와대의 경우 윤종원 경제수석이 행시 27회로 29회인 홍 후보자보다 2년 선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행시 25회이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6회로 홍 후보자보다 행시 기수가 3∼4년 빠르다.

물론 행시 기수를 기준으로 정책 현안 대응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홍 후보자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청와대 정책실장에 '왕수석'으로 불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꿰뚫고 있다는 김수현 실장이 임명됐고, 윤종원 수석도 행시 기수가 위여서 청와대와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청와대는 "경제는 야전사령탑으로서 홍 후보자가 총괄하고, 김 실장은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 나갈 것이다"며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전 실장과 같은 갈등 관계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홍남기 후보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제 문제에 대해 저뿐만 아니라 경제팀, 청와대 등이 다를 수 있는데 다름에 대해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를 하려 한다"면서도 "회의를 통해 의견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있는 한 그렇게 하겠다"고도 했다. 홍 후보자는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소통력과 조정력은 남만큼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공직사회에서 행시 기수도 중요한 잣대이기는 하지만, 정책을 추진하고 의견을 조정ㆍ조율하는 과정에서는 공감대와 소통이 더 중요하다"면서 "크게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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