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초과 공급 우려로 하락세를 지속하며 이번주 5% 가까이 급락했다.

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48달러(0.8%) 하락한 60.1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3월 초 이후 최저치다.

WTI는 이번주 4.7% 하락을 포함해 5주 연속 하락했다.

WTI는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984년 7월 18일부터 31일까지 연속 하락한 이후 가장 긴 연속 하락 기록이다.

베스코프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1983년 이후 9거래일 연속보다 더 길게 유가가 하락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번 기록이 최장 기록이라고 분석했다.

WTI는 전일 지난달 3일 기록한 최근 고점 대비 약 21% 폭락해 이미 약세장에 진입했다. 이날은 공급 우려 속에 더 내렸다.

미국이 중국과 인도, 한국 등 주요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제한적 예외조치를 허용한 이후 유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이란 원유 관련 제재 예외조치가 있기 전인 불과 5주 전만 해도 유가는 4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 예외 인정에 따라 이란산 원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줄어든 반면 초과 공급 우려는 커졌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지난주 산유량이 하루평균 1천160만 배럴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IA는 또 내년 하루평균 산유량이 1천21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베이커휴즈가 발표한 이번주 미국 내 운영 중인 원유 채굴장비 수는 886개로 전주보다 12개 늘었다. 지난 5월 말 이후 주간 최대 상승 기록이다.

원유 채굴장비 수는 2014년에 1천 개를 넘기며 정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하락했지만, 2016년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나머지 두 주요 산유국의 생산량도 지난 6월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 둔화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다. 기업 이익이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 속에 내년 감익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경제 둔화 가능성을 높인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공급 부담이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관련 논의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의 크리스찬 말렉 EMEA 유가, 가스 분석 대표는 "그동안 원유시장이 타이트하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타이트하지 않다"며 "실제로는 생산이 과잉이고, 남아도는 공급이 있다"고 말했다.

말렉 대표는 "이번 사우디와 러시아의 논의가 매우 중요하지만, 항상 그랬듯 논의에서 컨센서스가 만들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포트 글로벌 증권의 마이클 켈리 개발·생산 리서치 대표는 "분기 실적 보고서를 보면 채굴업체들은 비용을 늘려서까지 생산을 늘리기보다는 현금 흐름이 발생하고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집중하고 있다"며 "미국의 생산 증가가 1년 전처럼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올해는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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