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우리금융지주가 오버행(대량 대기 매물) 이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은행 자회사로 남겨 둔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을 지주사 자회사로 2년 안에 넘겨야 하는데, 이럴 경우 우리은행과 우리종금은 지주사 주식을 대가로 받게 된다.

문제는 이 물량을 6개월 내로 매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금융 출범 후 최대 2년 6개월 안에 오버행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년 1월 우리금융 출범을 앞두고 지주사 전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우리은행은 TF를 통해 주주총회 소집 통지·공고·개최, 지주 설립 등기, 지주사 주식 상장 등 지주사 전환 관련 업무 전반을 처리한다.

내년도 경영계획과 자금조달 계획 수립, 규정 제정, IT 개발, 인사제도 마련과 같은 지주사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작업도 한다

지주사 설립과 관련된 중요한 현안 중 하나는 오버행 이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를 출범하며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당분간 우리은행 자회사로 남겨 두기로 했다.

지주사 입장에서는 손자회사다.

우리은행의 이같은 결정은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다른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포괄적 주식이전'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오버행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자회사인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주식을 지주사에 넘기면 대가로 지주사 주식을 받게 된다.

우리카드는 규모가 큰 데다 100% 자회사라 우리은행이 받게 되는 지주사 주식이 전체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지주사 자회사 전환과 우리은행의 지주사 주식 매각이 모두 시한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우리금융은 설립 후 2년 내로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또 우리은행은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지주사에 넘기고 받은 우리금융 주식을 6개월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최대 2년 6개월 이내에 자회사 전환에서부터 주식 매각까지 모든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도 잠재적인 매각 물량이다.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조세특례제한법상 과세특례 요건이 적용돼 예보를 비롯한 주주들의 양도소득세나 법인세가 면제된다.

예보는 또 증권거래세도 면제받는다.

예보가 보유한 지분 18.4%가 세금 이슈에 관계없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물량인 셈이다.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가 부양도 쉽지 않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자회사 자산에 현재와 같은 내부등급법이 아닌 표준등급법이 적용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15.8%(지난 9월 말 기준)에서 12.0%로 3.8%가량 떨어진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려면 금융감독원의 승인 심사를 거쳐 1년여간 시범 운영해야 한다.

일러야 2020년부터 내부등급법 적용이 가능하고 자본비율이 올라가며 대형 M&A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 역시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지주사 자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등급법을 쓰던 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그대로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던 특례조항이 2016년 일몰된 데 따라 우리은행의 주가부양 계획이 어긋나고 있다"며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지주사 전환 취지를 감안하면 내부등급법을 정해진 기한보다 빨리 적용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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