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투자자문사 간의 양극화가 심화했다. 소수의 업체만이 돈을 버는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향후 설립 기준이 낮아지며 업체 난립으로 이어지는 상황도 경계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을 기준으로 3월 결산법인인 94개 투자자문사 중 절반 이상인 51개사가 반기 누적 적자를 시현했다.

만성적자로 인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곳도 45개에 달했다. 이들 중 자본잠식률(자본금에서 자본총계를 차감한 값을 자본금으로 나눈 값)이 50%를 넘어서는 곳도 11개사나 됐다.

실적 악화에 폐업하는 업체도 속출했다. 지난 6일 여의도투자자문은 주주총회를 열고 투자자문, 일임업을 자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내 양극화는 심화했다.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를 내고 있어, 상위 5개 투자자문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이 업계 전체 순이익의 두 배를 넘어서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지난해에는 증시가 활황장세를 보이며 투자자문사들이 고객 자금은 물론 고유재산을 운용해 쏠쏠한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 증시가 부진하며 자문업계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자문사의 실적은 고유재산 운용에 크게 좌우되는데, 결코 시황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일부 투자자문사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고객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가 중점 검사 대상이지만, 전문인력 요건을 유지하고 있는지, 최저자기자본 유지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는지에 따라 등록 취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투자자문사 일제검사 이후 8개사가, 지난해에는 4개사가 등록 취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

투자자문사는 설립과 등록이 용이해 실제 영업을 하지 않거나 법에서 규정하는 요건을 충족 못 하는 업체들이 난립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라도 금융당국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이사와 감사 인력 직원이 단 1명씩인 자문사도 대여섯 개에 달한다"며 "자본금이 최저 요건에 미달하는 곳도 10여 개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식, 부동산 등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자문사의 최소 자본금 기준이 낮아질 전망인데, 이 경우 난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가뜩이나 양극화가 심화해 살아남는 업체는 극소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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