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1세기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폰이 개인용컴퓨터(PC)와 비슷한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아웃라이어(outlier:각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탁월한 사람이나 기업)인 애플까지 최근들어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인 PC는 한때 첨단 IT 제품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고급사양의 부품만 있으면 누구나 조립할 수 있는 제품이 됐다. 스마트폰도 중국 저가 생산업자 등의 후발주자들이 어지간한 첨단 기능을 빠르게 복제하면서 제품 성능에 따른 차별화가 빠른 속도로 희석되고 있다.

다급해진 애플은 이달초 매 분기마다 발표했던 아이폰 판매대수를 더 이상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이 그동안 경영 투명성의 상징으로 자랑했던 판매실적을 '깜깜이'로 돌릴 정도로 스마트폰업계의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애플이 판매실적 발표 중단을 선언할 정도이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이 겪는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3억6천만대로 1년 전 같은 기간 보다 8.4% 감소했다.전 분기 감소폭 2.8%보다도3배 이상 가파른 속도로 시장규모가 줄고 있다.

스마트폰 글로벌 판매량 5위 업체 가운데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진단됐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에 7천2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8천340만대에 비해 13%나 판매실적이 하락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는 출하량이 지난해 3분기 3천910만대에서 올 3분기 5천180만대로 무려 32.5%가 늘었다. 샤오미도 2천770만대에서 3천300만대로 판매량이 19.1%나 늘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실적이3분기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13.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실적은 처참하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부터 판매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분기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950만대 수준이고 3분기에도 1천만대 이하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본부는 매출액과 영업손실이 각각 2조410억원과 1천46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기대비 2% 전년동기대비 2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전기대비 391억원 전년동기대비 2천346억원 줄었다. 2017년 1분기 영업이익 1억원을 달성한 후 6분기 연속 적자다. MC사업본부 개편을 감안하면 스마트폰은 14분기 연속 적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생산부문 부진은 이미 3년전부터 예견된 일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3년전 '수출경쟁력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휴대폰의 경쟁력이 중국, 미국, EU 지역에서 동시에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 채산성, 자금사정, 수출 단가 등을 중심으로 작성되는 수출경기 EBSI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부터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휴대폰 산업 경쟁력 약화가 과거 PC 부문의 경쟁력 상실과정과 닮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05년 최종 부도 처리된 삼보컴퓨터의 몰락 과정을 국내 휴대폰 부문 관계자들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2015년 7월6일자 '삼성·LG의 스마트폰과 삼보컴퓨터' 참조>

1980년 창업된 삼보컴퓨터는 2000년 초반에 매출액 2조원을 올린 한국 IT 및 벤처기업의 원조다. PC가 어지간한 기술로는 만들기 어려운 최첨단 제품 대접을 받던 시절 삼보컴퓨터는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PC가 누구나 조립할 수 있는 제품군으로 전락하면서 삼보컴퓨터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기술적인 면이나 브랜드 파워에서는 미국이나 일본 제품군에 뒤지고 가격은 중국 등의 저가품에 밀렸기 때문이다.

브랜드 파워나 마케팅 등에서 애플의 아이폰에 뒤지고 가격 등에서 중국의 샤오미 폰 등에 뒤지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처지와 닮은 꼴이다. 삼성과LG의 스마트폰이 제 2의 삼보컴퓨터가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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