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변호사로 수년간 일하면서 새로운 제도가 업무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봤다. 반대로 많은 기대를 모은 제도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무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었는데, 최근 있었던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나에게는 동산담보법이다. 동산담보법 시행 무렵에 관련 자문을 이것저것 했었던 기억은 있는데, 실제로 동산담보법을 통해 담보를 설정하는 것은 많이 볼 수 없었다.

업계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실무상 사용하기에는 쉽지 않은 지점이 있다고 했었는데, 마침 이 글을 쓰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2018년 3월 기준 동산담보 잔액은 약2천억원으로 초기의 1/3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지적재산권을 주요자산으로 보유한 회사에 대한 금융거래를 진행했었는데, 해당 거래에서도 부동산근저당 등 유형자산에 대한 전통적인 담보를 제공했었고, 지적재산권을 담보로 제공하지는 않았다. 해당 지적재산권이 회사의 주요자산이라고 들었는데, 지적재산권을 담보로 사용하였다면 회사도 금융기관도 서로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여러 문헌을 찾아보니, 좋은 담보가 되기 위해서는 평가와 관리, 회수가 잘 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 BTS 관련 지적재산권을 예로 상상을 해보면 해당 지적재산권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닐 것 같고(가능한 경우에도 평가비용이 비싸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인 만큼 담보권자가 관리하기에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만일 담보권을 실행해 매각하는 경우에도 이를 쉽게 매각할 수 있는 시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BTS의 지적재산권이라면, BTS ARMY 분들이 힘을 모아 사주지 않을까 한다. 참고로 ARMY가 BTS 팬클럽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지식재산권이 담보로 제공됐던 경우는 기억을 더듬어 봐야 할 정도로 드물었고, 있었던 경우에도 주요 담보라기보다는 부동산 등 유형자산 담보에 부수돼 제공되는 것에 불과했던 기억이다. 내 경험의 부족 때문에 실상과 다르게 알고 있나 염려돼 경험 많은 주위의 변호사님들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상반기에 금융위원회, 특허청 등 관련 부처에서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을 발표했는데, 그중에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한 대출 활용의 제고방안도 포함됐다. 나아가 올해 안에 '지식재산금융 종합계획'의 발표도 예정에 있다고 한다.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하는 금융이 널리 쓰이기를 기대해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재산권 개발을 위해 힘쓰는 개발자들이 손쉽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시대가 빨리 오기를 기다려본다. 멀게만 생각되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지식재산금융을 통해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게 느끼는 요즘이다. (법무법인 태평양 이태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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