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2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유가가 반등에 실패한 가운데 달러 강세, 애플 급락이 더해져 큰 폭 내렸다.

미국 채권시장은 재향군인의 날(베테랑 데이)을 맞아 휴장했다.

달러화 가치는 브렉시트, 이탈리아 예산안, 무역 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며 혼조세를 보였다.

뉴욕 유가는 산유국 등의 감산 논의에도 초과 공급 우려가 지속하며 11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애플 등 개별 기업에 대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왔다.

아이폰 3D 센서 부품업체인 루멘텀홀딩스가 2019회계연도 하반기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애플 주가가 5% 이상 급락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불확실성과 이탈리아 수정예산안 제출 시한 임박 등도 시장에 불안을 더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탈리아는 오는 13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EU 집행위원회에 다시 제출해야 하지만, 이탈리아는 EU의 수정요구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달 말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회동을 앞두고 무역 긴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산 자동차에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무역을 위한 최선의 협상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에 부담을 줬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유가가 더 낮아져야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정책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이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으리라고 희망한다"이라며 "유가는 공급량에 비쳐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02.12포인트(2.32%) 급락한 25,387.1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4.79포인트(1.97%) 내린 2,726.2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6.03포인트(2.78%) 하락한 7,200.87에 마감했다.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로 투자 심리가 가뜩이나 위축된 증시에 애플 실적 우려, 달러 강세라는 악재가 더해졌다.

아이폰 3D 센서 부품업체인 루멘텀홀딩스가 2019회계연도 하반기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애플은 5.04% 급락했다.

루멘텀홀딩스는 대형 고객사가 납품을 줄이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는데, 대형 고객사가 애플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루멘텀홀딩스의 납품 대부분이 애플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애플이라고 추정했다.

JP모건은 이머징마켓의 소비 심리 둔화와 달러 강세로 아이폰 판매가 줄 것으로 예상하며 이번 달에만 애플 목표주가를 두 번째 하향 조정했다.

애플 우려가 커지며 다른 기술주도 큰 폭 하락했으며 기술주로 이뤄진 SPDR 역시 3.5% 급락했다. 나스닥은 지난달 폭락장 동안 처음 진입했던 조정 영역에 다시 들어갔다.

뉴욕증시는 달러 강세라는 복병을 만났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달러 강세는 미국 기업들의 수출에 부담된다.

국제 유가가 감산 논의 기대에도 반등에 실패한 점 역시 주가 약세에 일조했다.

본격적인 약세장에 진입해 우려를 키운 국제 유가는 지난 주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10개 비회원 주요 산유국 장관급 회의에서 감산 가능성이 논의되면서 반등을 시도했지만, 결국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기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긴장을 다시 높였다.

장 막판에는 미국 백악관이 자동차 관세에 대한 초안이 마련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자동차주까지 급락세에 합류, 다우 낙폭을 600포인트 이상으로 키웠다.

종목별로는 애플 외에 아마존이 4.41%,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2.58%, 페이스북이 2.35% 하락하는 등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아마존은 52주 신고가에서 약 20% 내려 약세장에 진입했다.

골드만삭스는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1말레이시아개발회사) 사기 스캔들 연루로 7.46% 급락, 이틀째 내렸다. 말레이시아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골드만삭스 전 직원 2명이 기소된 데 이어 전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재무장관이 이날 골드만삭스에 1MDB 관련 환불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너럴일렉트릭(GE) 주가는 지난달 초 선임된 최고경영자(CEO)가 자산매각 방침을 밝히며 8달러 선을 내줬다. GE 주가는 7.99달러를 기록하며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8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경기와 실적 등 펀더멘털을 해칠 요인들이 부상하고 있는 만큼 위험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티의 톰 마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위험을 늘리기보단 줄이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순환주기적인 약세장의 출발점에 있지는 않지만,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12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75.8%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7.80% 급등한 20.45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미국 채권시장은 재향군인의 날(베테랑 데이)을 맞아 휴장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3.750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3.792엔보다 0.042엔(0.04%)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2334달러를 기록, 전장 가격인 1.13372달러보다 0.01038달러(0.92%) 하락했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7.79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29.00엔보다 1.21엔(0.94%) 내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지수는 0.71% 상승한 97.58을 기록했다. 2017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탄탄한 미국 경제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영향으로 달러 매수세가 이어졌다.

특히 영국과 이탈리아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휩싸인 유로 대비 달러는 눈에 띄는 강세를 보이며 주요 저항선을 잇달아 뚫었다.

다만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 등이 급락하는 등 위험 회피 심리가 장후반으로 갈수록 커지며 더 안전통화로 통하는 일본 엔에 대해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겪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내년 예산안을 유럽 위원회에 다시 제출하는 기한이 다가오면서 이탈리아 예산안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오안다의 크래이그 엘람 선임 시장 분석가는 "이탈리아는 내일까지 예산안을 다시 제출해야 한다"며 "이탈리아 정부의 포퓰리즘에 맞서 EU는 부채를 늘리는 예산안을 피하고 싶지만, 이탈리아는 변경을 거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유로-달러는 심리적 저항선인 1.13달러대를 하회하며 1.1226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16개월래 최저치다.

파운드-달러는 이날 장 초반 11거래일래 최저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이어갔다. 유로-파운드 역시 최근 1주일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주 미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6년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연준의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주는 경제지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번 주 발표 예정인 미국 노동부의 10월 인플레이션과 소매판매 지표 등이 달러 강세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MUFG는 "미국의 강한 경제 순환 주기상 모멘텀과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결합해 강한 달러를 이끌고 있다"며 "특히 미국 밖에서의 부정적인 소식들이 달러 강세를 더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UFG는 유로-달러의 다음 지지선이 1.12달러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니크레딧은 다음 주요 지지선으로 1.1225달러, 1.1160달러를 제시했다.

지난주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 롱포지션은 증가했다. 순수 달러 롱포지션은 2015년 이후 최대다.

유니크레딧은 "예상했던 대로 미국 중간선거에 따른 달러 약세는 오래가지 못했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다가왔음을 시사한 영향으로 중간선거 이후 부진을 빠르게 상쇄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달러 강세를 추가로 이끌만한 이벤트는 없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의 리차드 터닐 글로벌 수석 투자 전략가는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 미국과의 국채수익률 차별화 확대로 달러가 지지됐다"며 "최근 연속 상승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올라가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26달러(0.4%) 하락한 59.9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60달러 선을 하회했다.

WTI는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984년 7월 18일부터 31일까지 9거래일 연속 하락한 이후 가장 긴 연속 하락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지난주 WTI는 10월 3일 기록한 최근 고점 대비 약 20% 이상 폭락해 약세장에 진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수출국기구(OPEC), 러시아 등이 감산 가능성을 논의하며 11거래일 만에 상승 반전을 시도했지만, 결국 하락했다.

사우디는 원유 수출을 다음 달부터 하루 50만 배럴씩 줄이겠다고 밝혔다.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는 지난 주말 회의에서 새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혀 내년에 더 광범위한 감산이 이뤄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시장에서는 하루 100만 배럴 감산 필요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감산 기대는 뉴욕증시의 큰 폭 하락과 여전한 공급 우려에 점차 가려졌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달러 강세 등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위험자산에 부담을 줬다.

미국이 중국과 인도, 한국 등 주요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제한적 예외조치를 허용한 이후 공급초과 우려는 지속한 반면 예상보다 약한 수요 전망은 속속 제기되고 있다.

BP의 밥 더들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예상했던 것보다 전 세계 원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수요가 조금 줄어들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이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으리라고 희망한다"이라며 "유가는 공급량에 근거해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유가에 압박을 가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강세로 돌아서지 못한 만큼 추가 하락 우려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헤지펀드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더프 창립 파트너는 "주식시장이 유가를 끌어내렸다"며 "지난 주말 사우디의 감산 발언 이후 더 큰 유가 랠리가 있었어야 했는데, 이번 반등은 아주 좋아 보이는 상승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트레시스 게스션의 다니엘 라칼 수석 경제학자는 "미국의 원유 생산이 예상보다 빠른 증가세를 나타낸 가운데 글로벌 경제 성장 지표는 약화하고 있다"며 "수요 둔화 뒤편에 있는 수요 감소 잠재력은 이미 가격을 깎아내린 것보다 더 강력하며 OPEC은 공급 과잉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됐다. 최근 예비치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하루 1천16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수요의 10% 이상이다.

ys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